[르포]무덤으로 가는 수백억원대 압수 마약…끝은 '화형식'
지난달 29일 서울시 압수 마약 처분 과정 동행 취재수십여 종 130㎏ 마약 화형식…속전속결 진행
서울시 마약류감시원들은 장갑과 마스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언제, 어떤 경위로 마약에 중독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장구라며 착용을 권했다. 서울 각지에서 수사기관이 압수한 마약을 폐기·처분하는 지난달 29일, 서울시 마약류감시원들의 걸음은 무거웠다.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된 장소에서 일부만 모여 진행하는 마약 인수인계 상황은 관련 업무를 수차례 한 공무원들도 쉽게 적응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마약을 운반해 온 수사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는 압수 마약을 안전하게 운반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더불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엿보였다.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은 긴장감을 공유했다.
또 '시·도지사는 인계기관(수사기관)으로부터 인계받은 몰수마약류 중 검사로부터 사건종결 통보를 받았을 때에는 이를 최단기간 내에 폐기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폐기·처분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매년 1~2차례 압수 마약 폐기·처분 작업을 실시한다고 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0~2022년까지 각각 110㎏, 320㎏, 180㎏의 압수 마약을 폐기했다. 시 관계자는 "일부 분양 수량을 제외하고는 전량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마약류 분양은 마약탐지견 훈련을 위한 관세청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몰수마약류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연구용, 시험용으로 마약 분양을 요청받은 경우 일부 분양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압수 마약 인수인계는 서울시 마약류감시원들이 각 수사기관이 압수한 마약을 가져오면 품목과 수량, 용량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압수 마약은 관련 규정에 따라 포장된 용기를 봉인한 상태에서 중량을 반드시 확인한 후 인수해야 한다. 오전 8시40분께 서울동부지검부터 시작된 마약류 인수인계는 오후 1시께까지 이어졌다. 이날 수사기관이 압수한 뒤 폐기 결정이 난 마약은 대마, 액상대마, 필로폰, 야바, 코카인, 엑스터시, 양귀비주 등 수십여 종에 달했으며 무게는 130㎏으로 측정됐다. 종별 분량이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시가로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압수된 마약은 커다란 마대자루 22개에 담겨 서울시 지정 소각장소로 이송됐다. 차로 이송하는 동안에는 서울시 요청으로 파견 나온 무장경찰이 함께했다. 시 관계자는 "항상 무장경찰 파견을 요청한다"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2시께 도착한 압수 마약류는 소각까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지체할수록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암묵적 룰인 듯 분주했다. 22개 마대자루에 담긴 압수 마약은 하차 후 다시 톤백(폐기물용 마대자루) 3개에 나눠 담겼다. 지게차는 3개의 톤백을 들고 소각로로 직행했다. 지정폐기물 소각로는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됐다. 지정폐기물의 경우 소각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할 위험이 있어 관계자 외 접근을 엄격히 막는다고 업체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지정폐기물을 소각하기 위해 모아놓은 장소에서는 유증기로 인한 폭발도 발생할 수 있다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소각로의 문이 열리자 압수 마약은 그대로 화구로 떨어졌다. 일부 연기와 불빛이 반짝했지만, 잠시였다. 소각로 문이 닫히면서 압수 마약은 최후를 맞이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정폐기물 소각로 용량은 48t 규모"라며 "압수 마약류 같은 경우 별도의 보관 없이 바로 소각로로 직행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압수 마약 소각 과정은 전체 절차가 사진과 영상을 통해 기록으로 남는다"며 "업체에서 제공한 사진과 별도 폐쇄회로(CC)TV를 통한 영상도 제공받는다"고 말했다. 소각로에서 최후를 맞이할 압수 마약의 양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찰에서 압수한 마약은 570.9㎏으로, 지난해 압수 마약(804.5㎏)의 70%에 달한다. 압수 마약은 지난 2020년 320.9㎏에 머물렀지만 2021년 1295.7㎏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804.5㎏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올해 다시 1t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