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살이에…서민들 보험까지 깬다
[생계형 보험해약 급증①]과거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보험해약 증가최근엔 고금리·고물가 기조에 서민 경제 어려워진 탓금융당국·보험권, 서민경제 위해 보험료 인하 등 상생금융 추진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 A씨 부부는 3개월 뒤 갑자기 큰돈을 써야 할 일이 생겼으나, 그때까지 필요한 돈을 모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출을 받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기존 대출이 있는 데다 고금리 상황에서 또 다른 이자를 내기도 부담인 상태다. 현재 A씨 부부는 그간 수년 동안 납부해 온 보험을 해지할지 고민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보험해약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이 팍팍해지거나 고금리로 대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생보사 해약·효력상실환급금은 35조6682억원으로 전년 동기(30조6531억원) 대비 5조151억원 증가(16.4%) 증가했다. 특히 올해 1분기에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 등이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보험료의 일부를 가입자에게 반환하는 '효력상실환급금'도 증가했다. 갈수록 보험 가입자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하거나 보험료를 내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그만큼 최근 경기 악화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급돈이 필요한데 금리 부담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보험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가계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과거 금융위기 때마다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도 해약 환급금이 많이 늘어난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금리·고물가 기조 영향이 크다. 코로나 19 지원에 따른 과잉 유동성의 결과로 물가가 크게 올라갔을뿐더러, 코로나19 종료 후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대출금리가 크게 뛰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험업권의 해약 증가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금융포커스를 통해 "향후에도 저성장 국면과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보험계약의 해약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해약의 원인과 관련된 거시상황 변수 등을 면밀히 감시해 원인별 방안 마련과 관리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다만, 생보협회 측은 "올해 6월부터는 월별 해약·효력상실 환급금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안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권은 국민의 보험료 납부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합리적인 보험료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2.5~3.0%가량의 인하가 예상된다. 실손보험료는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인상 폭을 최소화할 전망이다. 보험계약대출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 등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제도개선도 검토할 예정이다. 실직·폐업·중대질병 발병 등의 어려움을 겪는 계약자에 대해서는 보험계약대출의 이자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이자납입 유예 현황을 지속해서 점검해 납입 유예된 이자에 대한 추가 유예나 사후정산 등의 연착륙 지원방안도 검토한다. 보험업권은 "이번에 발표된 상생 우선 추진과제의 세부 추진방안을 추후 별도로 발표하고 금융당국과 협력해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