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②"추워도 몸 녹일 곳 없어"…환경미화원의 새벽
12월 환경미화원 작업 현장 동행"너무 추우면 편의점 잠깐 들어가"가장 기온 낮은 새벽 시간대 작업"쓰레기 얼면 무거워져 양손 써야"
서울 구로구청과 생활쓰레기 수거운반 위탁 대행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소속 손모(57)씨는 8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이지만 추위와의 사투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2월27일 자정께 뉴시스와 만난 손씨는 "옷을 세 겹 껴입고 손과 발에 핫팩을 부착해도 한파에 그대로 노출되는 근무 환경이라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며 "전동차는 히터를 틀 수도 없어 너무 추울 때는 편의점에 잠깐 들어가곤 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자신의 몸에서 냄새가 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짧게 편의점 안에 머무른다고 했다. 자정 무렵 체감온도는 0도였지만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 더 춥게 느껴졌다. 작업자들이 냄새를 막기 위해 낀 마스크에는 숨결이 닿아 생긴 얇은 얼음이 달려 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만들어졌고, 안경에는 김이 서리기도 했다.
겨울철 추위는 환경미화원들의 업무 난이도까지 올렸다. 손이 얼어 작업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물론, 전동차가 들어가는 골목은 경사진 곳이 많아 자칫하면 빙판길에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씨는 "겨울에 두꺼운 방한 장갑을 끼면 손이 둔해진다"며 "한 번 일할 걸 두 번, 세 번 해야 하니까 일의 능률이 안 오른다"고 말했다. 상차 팀에서 일하는 황보창민(43)씨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대를 피해 추워도 밤 시간 대에 환경미화원들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하루 중 가장 추운 시간에 일하면서 손에 땀이나 장갑이 젖으면 쇠붙이 같은 데 달라붙어서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씨는 "겨울에는 손이 트다 못해 얼어서 발갛게 되기도 한다"며 "여기에다 쓰레기가 얼어 딱딱해져 있으면 쉽게 들어 올릴 수도 없어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 손으로 들 수 있던 쓰레기도 굳으면 무게가 늘어나 두 손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잠들어 있을 시간인 자정께 환경미화원들의 일과는 한창이었다. 보통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는 전동차 팀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상차 팀이 작업한다. 그들은 달리는 차량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 뛰다시피 걷고, 비좁은 골목길 구석구석을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하며 어둠과 추위 속 9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처럼 늦은 밤 작업을 하며 환경미화원들이 추위나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늦은 밤이 아닌 낮 동안 쓰레기 수거를 하는 '주간 근무제'를 일부 지자체가 도입하고 있지만 확산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 2020년 연수구를 시작으로 주간근무제를 도입했다. 오전 0시(자정)부터 오전 8시이던 근무시간을 오전 4~6시부터 오후 1~3시로 바꾸는 게 골자다. 다만 여전히 주민 편의와 업무 효율을 문제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야간, 새벽시간대 환경미화 업무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