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비극' 부른 소아당뇨…"평생관리, 치료비 큰부담"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 A군(4)은 언제부터인가 식욕이 왕성해졌다. 밥은 물론 간식도 자주 많이 먹고 있다. 하지만 많이 먹음에도 불구하고 기력이 없다.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도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이상하다고 느낀 엄마는 A군을 대학병원에 데려갔고, A군은 1형 당뇨병(소아 당뇨)진단을 받았다.

1형 당뇨병은 소아에게 주로 발병해 소아 당뇨로도 불린다. 최근 충남 태안군에서 부부와 소아 당뇨를 앓던 9살 딸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소아 당뇨'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은 대개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발병한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파괴돼 베타세포에서 분비돼야 할 인슐린이 결핍돼 발생한다.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이 주원인인 성인 당뇨(2형 당뇨병)와 달리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1형 당뇨병을 조기 발견해 빨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내분비대사) 교수는 "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치료 받지 않는다면 고혈당이 악화해 당뇨병 케톤산증과 같은 급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초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자칫 사망까지 이를수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인슐린은 혈액 속 당이 세포로 이동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부족해지면 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혈액 속 당의 농도(혈당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성장 장애도 겪을 수 있어 혈당 관리가 꼭 필요하다.

아이가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거나 소변을 자주 보고 음식 등을 많이 먹어도 오히려 살이 빠지는 증상 등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현재 1형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1형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매일 인슐린을 투약하는 주사를 맞는 것이 최선이다. 5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나 저혈당 위험이 예측되면 자동으로 인슐린 투입을 중단하고 혈당 수치가 회복되면 자동으로 재주입하는 '인슐린 펌프'가 효과적인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주로 발병하고 평생 인슐린을 투여하며 관리해야 하는 1형 당뇨병의 특성상 환자와 가족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배려,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1형 당뇨병’ 환자(19세 미만)는 1만4480명에 달했다. 정부가 '당뇨병 학생 지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내하고는 있지만, 아직 소아 당뇨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은 편이다.

특히 1형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데 아직 중증·난치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환자의 치료비 지출·전문 간병인 고용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 1형 당뇨병 환아들 둔 부모 가운데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가 신체적·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을 이루고 스스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환자와 가족, 의료진, 유치원과 학교를 포함한 교육기관, 보건복지부 등 사회 구성원들의 당뇨병에 대한 적극적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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