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담합 첫 제재 나오나…시중은행 '전전긍긍'[공정위, 은행 정조준①]
4대 은행, 정보 공유해 LTV 상향 경쟁 안 했나美·EU처럼 공정거래법도 정보교환 '담합' 인정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일 은행권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를 각 은행에 발송했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담보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LTV 정보를 공유해 담합했다고 보고있다. ◆4대 은행 "정보교환은 관행…리스크 관리 차원"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정보교환을 두고 담합이라고 제재하는 게 당황스럽단 분위기다. LTV 정보를 교환한 행위가 '담합'보다는 담보물의 리스크 관리 차원이어서다. 최종 대출 조건이나 금리는 각사의 산출방식과 운용방침에 따라 정해지고 있어, 정보 공유가 있더라도 은행별로 LTV가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주택시장 정책에 따라 LTV 기준을 설정하고 있어 비슷한 수준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지적한 점인 '낮은 LTV' 역시 대출액 규모가 작아져 수익이 줄어드는데 담합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 통해 '정보공유' 담합 인정…첫 사례 주목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4대 은행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정보교환을 담합으로 제재하는 첫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정보교환도 담합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 또는 사업 내용을 방해·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사업자 간 담합으로 볼 수 있는 외형상 일치가 존재하고 이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법률상 추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출고량, 판매량, 가격뿐만 아니라 거래·지급 조건을 공유하기로 의사 합치가 있으면 담합으로 볼 수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 이전에도 금융사의 정보교환 담합 사례는 있었다. 다만 법적 근거가 미비해 제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앞서 2011년 공정위는 생명보험사 16곳이 이자율을 결정하기 전 정보를 교환했다며 담합으로 제재 했다. 당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만 총 3630억원에 달했지만, 법원은 정보교환만으로는 이율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 내렸다. 생명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美·EU도 반독점법에 '정보교환' 담합 행위 못 박아 공정위가 정보 교환도 담합 행위로 규정한 배경에는 미국, 유럽연합(EU) 같은 주요국에서는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독점법인 '셔먼법'은 합의 유형보다는 그 합의를 통해 '경쟁 제한성'이 발생했는지 주목한다. 이에 정보교환에 대한 합의만 있었는데, 경쟁이 제한됐어도 담합으로 본다.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 1992년 미국 8대 대형 항공사가 운임정보 교환 시스템을 통해 담합한 행위를 셔면법 위반으로 제소한 바 있다. 대형항공사들은 APT라는 벤처기업을 만들어, 각 항공사로부터 운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컴퓨터 예약 시스템에 제공했다. DOJ는 항공사들이 ATP의 시스템을 통해 운임 정보를 교환했다고 본 것이다. EU 역시 정보교환 하는 행위 자체를 담합으로 보고 있다. EU의 반독점법인 EU기능조약(TFEU)도 합의의 대상이 되는 유형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어떤 유형이든 경쟁 제한성이 있다면 담합으로 본다. 영국의 농업용 트랙터 등록교환 사건이 대표적인 정보교환 담합 제재 사례다. 당시 EU집행위원회는 과거의 판매 실적에 대한 정보도 미래 행위를 예측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렇듯 주요국 경쟁당국들은 정보를 공유한 것 만으로도 공동 가격 인상이 유발되거나, 경쟁 노력이 저해된다면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판단해 제재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