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멀었다"…속도 내는 美·日 클러스터[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다④]
美·日, 보조금으로 국내외 기업 공장 흡수신공장 중심 자체 생태계도 구축"韓 기업, 정부 지원 적극 설득해야"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과 연구개발(R&D) 시설까지 공장 인근에 몰리면서 첨단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만큼 한국 반도체 클러스터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5년 간 1000억 달러(약 134조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2곳, 오하이오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 2곳을 짓는다. 애리조나 공장은 올 연말 가동하며, 오하이오 공장은 2026년 완공 목표다. 인텔은 또 뉴멕시코주 공장을 첨단 패키징 시설로 확장하고, 오리건주 공장은 더 현대화 할 계획이다. 인텔의 이 같은 대규모 공장 확장 계획은 미국 정부의 '자국 기업 챙기기'를 등에 업고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텔에 반도체 보조금으로 195억 달러(약 26조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이중 직접 보조금은 85억 달러, 대출금은 110억 달러다. 이는 전체 반도체 보조금(527억 달러)의 37%에 달하는 큰 금액이다. 미국 정부는 이 보조금을 앞세워 해외 기업들이 자국에서 반도체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단적으로 미국 정부는 대만 TSMC에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TSMC는 400억 달러를 들여 애리조나주에도 2개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첨단 패키징 공장 부지를 인디애나주로 낙점하고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도 공격적인 보조금을 앞세워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 1공장을 단 20개월 만에 완공했다. 공사기간은 통상 5년이 걸리지만 이를 3분의 1로 줄인 것이다. 이 공장은 지난 2월 가동에 들어갔다. TSMC의 구마모토 2공장도 2027년 가동 예정이다. 구마모토에는 미쓰비시케미컬 등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을 건립하며 자체 생태계가 꾸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86억 달러 규모의 TSMC 공장에 무려 30억 달러를 지원하면서 공사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본다. 일본 정부는 특히 지난 2일 자국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에 올해 최대 보조금인 5900억엔(약 5조2700억원) 지급을 추가 승인했다. 앞서 일본 정부가 라피더스에 주기로 한 3300억엔을 합치면 전체 보조금만 1조엔(약 9조원)에 육박한다. 라피더스는 홋카이도 지토세에 공장을 짓고 있고, 내년에는 2나노 최첨단 반도체를 시범 생산한다. 이 공장 인근에는 소부장 등 자체 공급망과 R&D 센터까지 갖출 예정이다. 경쟁 국가가 보조금을 앞세워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정부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대규모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첨단 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만큼 얼마나 클러스터를 빨리 구축하느냐가 어느 떄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업들과 정부가 합심해서 정부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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