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경제 구현 핵심 경제정책 가시밭길…巨野에 '재검토' 불가피
여당, 지난 총선 이어 참패…여소야대 형국 연장총선 후로 미뤘던 경제입법안 대부분 무산 예상한덕수 총리 "여야 긴밀히 협력해 시급법안 처리"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된 정책들이 많아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에서 야권 동의 없이는 좌초될 위기다. 경제정책방향, 민생토론회 약속 조치 등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총선에서 범야권은 더불어민주당 161석,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 이번 총선에서 189석을 확보했다. 국민의힘·국민의미래는 각각 90석, 18석으로 10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범야권이 지난 총선에 이어 압승을 거둔 것이다. 윤석열 정부(2022~2027년) 중반을 넘기며 경제정책도 사실상 레임 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을 맞게 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포함한 다수 정부의 감세 정책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를 통해 발생한 소득이 연간 합산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수익의 20%(3억원 이상 25%)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하는 제도다. 금투세는 문재인 정부 당시 '소득이 있는 곳은 과세한다'는 원칙 아래 도입됐으며 금융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른 곳에서 얻은 소득과 분리해 과세하기 위해 신설했다. 당초 2023년 시행하려고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상황이 변했고 시행 시기를 두고 대립하던 여야는 2022년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는데 합의하며 2025년으로 늦췄다.
이어 금투세 폐지는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언급하며 2월 기재부가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한 상황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 및 납입 한도 상향, 연구개발(R&D) 투자 세액공제 확대,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일몰 연장 등도 기획재정부가 추진해 온 국회 입법 사안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최고 세율이 50%에 이르는 국내의 상속세 부담이 해외에 비해 과도하다는 인식 아래 개편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총선 참패로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 추가 인하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야당은 해당 법안들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경제정책 대부분이 무산될 위기다. 이에 따라 정부합동 경제정책방향과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조치들도 상당 부분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총선 과정에서 여당이 내걸었던 '일부 품목 부가가치세 완화 및 간이과세 기준 상향'도 결국 야당 동의가 없다면 무산될 수밖에 없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증시 밸류업 조치들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영환·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에 대해서는 수정·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자사주 소각 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여주거나 기업의 전기 대비 배당 증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는 등의 세제 지원에 대한 기대감 약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의 모멘텀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제부터는 밸류업 정책보다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가 더 많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번 총선 결과 이후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국민의 입장에서 어떠한 취지와 효과가 있는지 국민 입장에서 상세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며 "한 달여 남은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과 긴밀히 협력해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 등을 최대한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선 이후 산적한 경제정책 과제에서는 야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나 세법 개정 등 굵직한 입법 전반에서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아울러 선거 기간 동안 야당 측에서 내놨던 공약들이 탄력을 받게 되면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역 화폐로 국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민생회복지원금'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야당은 공약 추진에 필요한 재원(13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경 편성을 요구해왔는데, 추경은 국회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 기재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등에 업은 야권의 공세를 버텨낼지는 미지수다. 한 총리는 "재정은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며 "건전재정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서 미래 세대에게 빚과 부담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나가면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들께서 피부로 체감하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