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주한 팔 대표 "韓도 일제에 저항…우리 역시 테러리스트 아니다"
"이스라엘 전쟁범죄 저지르는데 미국은 이중 잣대"개혁 요구에 "美도 부패…죄 있는 자, 단죄 말라""자유 줘야 하마스 사라져…선거로 통치 세력 결정"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왈리드 시암 주한·주일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도쿄 상주)는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낼 목적으로 대량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시암 대표는 이제 전 세계가 '두 국가 해법'을 위해 실제 행동할 때라며, 이스라엘이 법치주의에 따라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시암 대표와 일문일답. -가자지구 전쟁이 8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협상을 재개한다면서도 라파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전후 계획은 현재까진 진전이 미미해 보인다. 현 상황, 어떻게 평가하나. "이스라엘은 라파뿐만 아니라 가자지구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 전체 사상자 72%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다. 학교, 병원 등 기반 시설도 공격하고 있다. 대학은 전멸했다. 이스라엘이 하는 일은 대량 학살이자 인종 청소다. 그들의 목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집트로 쫓아내고 이스라엘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이다.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 -최근 스페인, 아일랜드, 노르웨이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공식 선언했다.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때다. 1967년 국경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있다. '두 국가 해법'이라는 오슬로 협정도 있다. 모두가 두 국가 해법을 얘기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갈등이 있을 때만 불을 끄려 했다. 이제 불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국가 해법은 일종의 국제법상 보호 장치다." -미국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면서 그 전제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법치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들의 법치는 상하원에 의해 부패했다. 또 부패 없는 나라가 어디 있나. 한국의 역대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 어떻게 됐던가. 그럼 한국도 부패한 나라인가? 죄 있는 자, 단죄하지 마라."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의 지원이나 도움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 스스로 생존할 수입이 있다. 바다에서 발견한 가스를 미국과 이스라엘이 훔쳐 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에는 관광과 농업, 기술도 있다. 우리 스스로 국가를 건설할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 -팔레스타인이 자립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인가. "이스라엘 점령이 끝나야 한다. 현재 이스라엘이 20억 달러 넘는 세금을 가져가는 이유는 PA가 이스라엘 군사 점령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통령이 서안지구 수도 라말라를 떠나려 할 때도 이스라엘군 허가가 필요하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는 '두 국가 해법'에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나. "불가능하다. 이 정부는 대량 학살 혐의로 기소됐다. 네타냐후와 같은 전범과 어떻게 손을 잡고 악수할 수 있겠나." -다른 이스라엘 정치 세력과는 가능하다고 보나. "이스라엘과 유일한 해결책은 매우 명확하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군사 점령을 끝내고 국제법과 법치를 이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주 앉아 동등하게 이웃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전후 PA가 가자를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하마스가 다시 권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사 점령의 부산물이다. 점령이 끝나면 저항이 필요하지 않다. 베트남에서 미국과 싸웠던 무장 세력도 독립한 뒤 모두 정당이 됐다. 전쟁이 끝나면 선거를 통해 누가 통치할지 선거로 결정할 것이다. 단 군사 점령 상태에선 선거를 치를 수 없다." -휴전이나 종전에 시한이 있다고 보나. "하마스는 이데올로기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구성원을 죽일 순 있지만, 그들의 이념은 제거할 수 없다. 이데올로기를 죽일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정의와 자유를 주는 것이다. 자유와 정의, 평등을 주지 않는 한 이념은 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나 국민들에게 전할 말 있나. "우선 곳곳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하는 국민께 감사드린다. 아직 인간성과 인류애가 살아 있다는 희망을 준다. 한국도 점령당했고, 여러분도 저항해 싸웠다. 그럼 당신들도 테러리스트인가? 그게 바로 한국 국민에게 던진 질문이다. 한국 정부가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찬성한 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다만 나아가 어떤 무기나 장비도 이스라엘에 보내는 걸 중단해 달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