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우 잦다는데…10곳 중 9곳 30년 넘었다[위험천만 노후 저수지①]
전국 노후 수리시설 4만5000개…저수지 96% 노후화풍수해 피해 줄이려면 홍수 대응 능력 상향 필요성↑저수지 관리 체계 재검토…개보수 예산 확대 목소리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전국에 분포된 저수지 10곳 중 9곳은 30년 이상 노후화 돼 보수·보강을 위한 예산을 적기 투입하고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이다. 지난해 저수지 등 수리시설 개보수에 예산 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실제 개보수가 이뤄진 저수지는 전체 1만7000개소 중 100여곳에 불과하다. 이 같은 예산 규모로는 전체 개보수하는데 100년이 더 걸리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저수지 등 수리시설 개보수 예산을 대폭 줄이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필요한 예산을 최소화한다는 이유지만 여름철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국에 노후 수리시설 4만5000개 달해…저수지 96%는 노후화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저수지, 양배수장, 취입보, 집수암거 등 2022년 기준 전국에 분포돼 있는 수리시설(방조제 제외) 7만6787개소 중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시설은 4만4966개소로 58.6%에 달했다. 저수지 1만7066개소 중 1만6451개소(96.4%), 양·배수장 9478개소 중 4388개소(46.3%), 취입보 1만8159개소 중 1만6241개소(89.4%) 등 대부분의 수리시설이 30년 이상 노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수리시설 노후화는 급속한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여름철 태풍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데 붕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농경지 뿐 만 아니라 비닐하우스, 주택 등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당시 전국에 위치한 양·배수장 파손·침수, 저수지 제방 사면유실 등 농업기반시설의 피해가 극심했고 충청남도 부여군, 논산시, 전라북도 익산시 등 하천변 주변의 재산피해가 다수 발생했다. 특히 30년 이상 된 노후 저수지의 경우 상류 하천으로부터 유입된 토사가 바닥에 퇴적돼 물그릇이 작아지고, 홍수 조절 및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인데도 재때 보수·보강이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진단이다.
◆풍수해 피해 감소 위해 노후 저수지 홍수 대응능력 상향 시급 풍수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노후 저수지의 홍수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서는 30년 이상 노후된 수리시설 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책정되고 있어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농업생산기반시설 확충과 개보수 등에 예산 1조8152억원을 편성했고 이중 저수지 등 노후 수리시설 개보수에 전년(5548억원) 대비 600억원 가까이 늘어난 6132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수리시설 개보수 사업은 국비와 지방자치단체 자체 예산을 들여 추진되는데 2023년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8000억원 수준의 예산이 사용된 만큼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소폭 인상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8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개보수 작업을 실시할 수 있는 저수지는 120~150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1%도 안되는 저수지에 해당하는데다 산술적으로 1년에 120개씩 137년이 걸려야 전체 개보수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김홍상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수리시설은 안정적인 영농을 위해 너무나 중요하지만 이를 잘못 관리하면 엄청난 재난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저수지 제방 보강공사, 용·배수로의 구조물화 및 관수로화 등 체계적인 개보수를 위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사업 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현행 저수지 관리 체계 재검토 및 개보수 예산 확대 목소리↑ 일부에선 저수지 관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저수지 안전등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평가 과정 등을 재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풍수해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올 초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전국 저수지 1만7000여곳 중 안전진단 등급이 보통(C) 등급 이상인 저수지는 절반 가량에 그쳤다. 미흡(D) 등급은 500여곳, 불량(E) 등급은 30여곳으로 집계됐다. 조사에선 8000여곳의 저수지가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아 안전등급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통 등급을 제외한 모든 저수지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제대로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예산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면 예산을 집행할 때 법적 의무대상 또는 사업 우선순위가 저수지의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데 위험성을 먼저 따져본 뒤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저수지 등 수리시설 개보수에 사용돼야 할 예산이 10% 안팎에서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이상기후로 인해 매년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재해를 대비할 수 있는 사업비가 올해는 물론 내년엔 더욱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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