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AI내전④]법률가들 "법조 3륜, AI 의존 아닌 활용해야"
김후곤 "AI, 사법처리 속도 높일 수 있어"함석천 "이용만 할 뿐, 판단은 법관의 몫"김정욱 "AI도 금융업처럼 관리감독 필요"
[서울=뉴시스] 장한지 박현준 기자 = AI(인공지능) 업계는 법률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로펌 5곳이 AI 법률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142억원을 지원하고, 검찰은 사건과 유사한 수사 서류 추천 서비스를 연내 오픈하는 등 적잖은 성과도 이뤄냈다. 법원은 내년 상반기 유사 판결문 추천 서비스를 오픈한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 변호사업계에서는 AI를 어느 범위까지 수용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견해와 "아직은 시기상조다"는 우려가 공존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9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3명의 법률가들은 "AI에 의존하지 말고 AI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후곤 "길어진 수사 현실, AI로 개선할 수 있어" 서울고검장 출신 김후곤(59·사법연수원 25기) 데이터분쟁조정위원장은 "AI가 수사권 조정으로 한없이 오래 걸리는 수사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법원과 검찰도 판결문, 공소장, 각종 조서 작성에 법률 AI를 활용해야 한다. 수사권 조정으로 한없이 오래 걸리는 수사 및 재판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며 "'사법은 신선할수록 향기가 높다'는 400년 전의 명언이 다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신기술을 십분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각종 양질의 법률데이터를 토대로 'AI 변호사'가 빠른 시간 내에 법률문서 초안을 만들어내고, 사람인 법률가는 이를 토대로 더욱 창의적이고 완결성 높은 법률문서를 완성해 낼 것"이라며 "국민들이 받을 수 있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법률분야에서 AI기술을 도입하여 판례 분석, 의견서 작성, 계약서 작성 등에 활용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 AI 전문기업이 등장하고, 대형로펌에서도 AI를 이용한 법률상담 등도 진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갈등도 존재한다"며 "그러나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AI 변호사가 인간 변호사를 대체하거나 뛰어넘는다는 것은 '단견'이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견해다. 그는 신기술을 십분 활용해 수사와 재판 등 사법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법률가가 AI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AI 시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기회로 활용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AI를 잘 활용하는 법조인이 신뢰받는 판사, 정의로운 검사, 뛰어난 변호사로서 법조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조언했다. ◆함석천 "법관의 판단 과정 AI 활용 적절해" 이숙연 신임 대법관과 함께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AI) 연구회'에 소속된 함석천(55·25기)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법관이 판결서를 작성해가는 과정에 AI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함 부장판사는 "법률이나 판례를 대전제라고 하고 그 사실의 인정을 소전제라고 하면, 인정된 사실에 대전제를 투영해서 나오는 것이 판단"이라며 "판단을 위해서는 삼단논법을 거치게 돼 있는데, 엄청난 논리력을 요구하는 판단 과정에 AI를 이용하는 것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가 법관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AI를 이용하는 것일 뿐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AI에게 모두 맡긴다는 개념보다는 판단 과정에 있어서 AI를 이용하는 것이고, 결국 어떤 판단을 할지는 판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수그러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시민들은 판결에 '온기(溫氣)'가 사라지는 거 아니냐고 우려하실 수 있는데, 오히려 공정 이슈가 체계적으로 다듬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막연한 두려움이나 사람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도입을 꺼린다면, 뒤처진 결과를 되돌리는 데 더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법원에 안착할 수 있도록 법관들끼리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 부장판사는 "사법부 AI 추진 과정에 직접 변론을 주관하며 판단 과정을 지배하는 판사들 참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서두르지 않고 여러 논의를 거쳐서 정비를 잘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정욱 "법조 3륜, 리걸테크 컨트롤타워 만들어야" 김정욱(45·변호사시험 2회)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AI가 100%의 정확도를 갖고 있지 않을 뿐더러, 문제 발생 시 AI 업체가 책임지는 법·제도 및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아 법률가는 AI를 도구로써 활용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틀린 전제와 기술의 오류로 잘못된 결론을 내린 것에 대한 막대한 손해를 사용자가 다 떠안아야 한다"며 "섣불리 신뢰했다가 그릇된 결론을 내리는 등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갈 수 있다는 점이 제일 문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일반 사기업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공공의 영역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금융 서비스가 공공성을 갖추도록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처럼, 법률 서비스도 감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법률 서비스는 금융 서비스처럼 공공성과 공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며 "AI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가 있고 100%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이것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법원과 법무부, 변호사단체가 함께 법률 서비스가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질 수 있도록 컨트럴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위원회를 설치해 리걸테크 업체들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리걸테크 업체들이 금융업처럼 관리감독을 받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확실한 방어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