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같은 재판중"…위기의 삼성, 어디로?[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①]
이재용, 2022년 10월27일 부회장서 회장 승진"과감하고 도전적 나서야" 했지만 조직 뒷걸음질사법리스크 장기화로 리더십 발목…현재 2심중
지난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인 반성문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이 부진한 주가 및 실적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공개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삼성전자가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방증이다. 총체적 위기 와중에 삼성 이재용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27일 10년 동안 유지한 부회장직에서 '부'자를 떼고 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그는 별도 취임식이나 취임사 없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나홀로 겨울'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듣는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업체인 대만 TSMC는 60%대의 글로벌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AI칩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이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는 조 단위에 이른다. 한때 '10만 전자' 소리를 듣던 주가는 5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가전 사업의 경우 경쟁업체 LG전자에 밀린다는 평가까지 들린다. 재계에서는 이번 위기가 이 회장이 늘 강조해왔던 '기술'·'인재'·'조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한다. 그동안 삼성은 '초격차 기술'을 유지해왔지만 AI칩 시장에서 이를 놓쳤고, 조직 문화는 경직됐으며, 이같은 분위기 속 우수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가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회장의 재판으로 리더십 부재 또한 컸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재판은 피고인만 14명이며, 검찰 수사 기록만 19만 페이지, 증거 목록만 책 네 권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사건이다. 올 초 1심은 이 회장을 포함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첫 공판은 지난 30일 열렸으며, 재판부는 내년 초 판결을 선고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9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가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피의자 신분으로 매번 법정에 출두해야 하는 이 회장 입장에서 회사 경영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회장이 재판 전 읽어야 할 법정 관련 서류만 매번 수백 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 공소장이 접수된 이후 이 회장은 107차례 열린 재판 중 96차례 법정에 출두했다. 대통령 순방 등에 동행하는 해외 출장 등을 제외한 대부분 재판에 모두 출석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은 모든 면에서 비상경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신사업이나 콘트롤타워 재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기이사 복귀 등 굵직한 현안을 앞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 경영에 집중할 수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