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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시장조성 신뢰 추락[신한證 1300억 손실사고①]

등록 2024-10-19 10:00:00   최종수정 2024-10-22 08: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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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활발한 ETF에 'LP 쏠림'…KODEX200엔 26개사 전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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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신한투자증권 직원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 수행 중 목적 외 선물매매로 1300억원의 손실을 낸 사태가 알려지면서 LP에 대한 신뢰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본연의 업무에 따른 수수료보다 거래 차익이 주요 수익 기반이 될 경우 공적 성격이 있는 LP 본연의 임무보다 사적 운용 성과를 더 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LP는 호가 제시, 이에 따른 헤지의 필요성 등으로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예외적 허용을 인정받고 있는데 이 같은 특혜를 받으면서 운용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 ETF'에는 26개 증권사들이 LP로 참여한다. 사실상 LP 역할을 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셈이다.

반면 LP 참여 증권사 수가 2곳 이하인 곳들도 있다. 'TREX 펀더멘탈 200 ETF', 'KODEX 200 미국채혼합', 'PLUS 고배당주채권혼합 ETF' 등은 LP 참여사가 2곳에 불과하다.

ETF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거래량이 활발한, 소위 '인기 ETF'에 LP로 참여해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KODEX200 ETF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로, 인버스·레버리지 등 구조화 ETF를 제외하면 거래량이 가장 많은 종목 중 하나다. 지난달 한달 KODEX200의 거래량은 2억1531만주였다. 이는 KODEX 200 미국채혼합의 223배, PLUS 고배당주채권혼합의 163배 수준이다. TREX 펀더멘탈 200은 194주에 불과해 사실상 LP 외 거래량이 없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많을 거 같은 ETF는 출시 전부터 운용사가 갑, LP가 을이라 줄을 서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을 거 같은 ETF는 운용사들이 LP를 어렵게 구하고 다녀야 한다.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매매가 잘 체결되고, 그 과정에서 운용사들이 매매 차익을 먹을 수 있는 구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P 본연의 역할이 '저유동성 ETF에의 유동성 공급'이란 측면에서, 운용 성과를 이유로 증권사들이 인기 ETF에만 쏠리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보기 어렵다. 물론 잘되는 ETF도 과도한 거래량으로 가격이 실제 가치와 괴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LP가 필수적지만, 시장에서 일시적인 '가격 튐' 현상을 보이는 건 대부분 저유동성 ETF다. 거래량이 없어 1건의 주문만으로도 가격이 상한가까지 뛰는 사례도 있다. LP의 호가 제시 의무가 발동되기 전인 개장 후 5분 이내의 일이었다.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ETF에 LP가 붙어야 한다. LP는 ETF가 순자산가치(NAV), 즉 담고 있는 주식·채권 등 기초자산의 실제 가치에 근접한 가격에 거래되도록 하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기초자산과의 ETF 가격 차이가 커지면 그 피해는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이번 신한투자증권 사태는 LP들이 목적 외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는데 관심이 클 수 있겠다는 의심에 기름을 부었다. 신한투자증권 LP 부서는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매매로 1300억원 손실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는 유동성공급 업무를 통한 수익 창출은 거의 없다고 강하게 선 그어온 증권업계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지난해 LP들만 예외적 공매도를 인정받는다는 '특혜' 논란이 있었을 때도, 금융감독원은 LP들이 수익을 내는 목적으로 공매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은 "1월부터 10월까지 LP 기능을 수행하면서 6개사가 얻은 이익은 이들이 거래한 규모의 0.01%에 불과하다. 거래 차익이 이들의 수익 기반은 아니며 LP로 활동하면서 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법 제도상, 또는 규정상 LP의 목적 외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바는 없다. 다만 LP 업무를 하면서 수수료 외 운용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선 의문이 달리는 것이다.

업계의 시각과 별개로 투자자들의 LP에 대한 신뢰 하락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장에서는 LP가 더 많은 이익을 내려는 과정에서 LP 지위를 이용해 시장교란 또는 불법·편법적 매매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상반기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이 LP 역할로 얼마나 수익이 났는지 들여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유사한 행위로 이익을 본 건 없었을지 궁금하다. 유동성 공급자 편법·불법 운용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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