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실·족벌·충성…크루그먼 "경제 왜곡, 성장 걸림돌"[트럼프 정실인사①]
1960년대 필리핀 등 개도국에서 나타난 ‘정실 자본주의’ 등장관세, 이민자, 반트럼프기업 손보기 등서 넓은 재량권 노린 듯크루그먼 “경제 원칙 왜곡해 경제 성장에 걸림돌될 것” 비판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이 확정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백악관과 행정부 주요 각료 및 중앙정보국(CIA) 등 독립기관장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트럼프 2기 전반부 인사의 기준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약 50여명에 이르는 2기 핵심 인사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트럼프에 대한 '족벌주의(nepotism)' 그리고 충성도와 그의 국정 기조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충실한 이행자들이다. 이런 원칙하에서 그의 정치적 고향인 플로리다주 출신이나 관련 분야 경험이 전무한 인사, 고액 선거자금 기부자 등이 발탁됐다. 그에 따른 지명 인사들의 자질 논란도 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1960년대 필리핀에서 용어가 유래한 것으로 법치와 민주주의가 확립되기 전의 개발도상국에서 만연했던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sm)’가 미국에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비슷한 사례로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에서는 경제의 4분의 1 이상이 집권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국제투명성기구는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주요 고위직 지명을 통해 드러난 키워드는 정실주의, 족벌주의, 과잉 충성주의 3가지다. 크루그먼은 미국에 정실 자본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 구체적인 이유로 트럼프와 그가 통상분야 장관으로 임명한 인사들이 관세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들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나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벼르고 있다. 관세가 다른 정책 수단보다 법과 원칙보다 정실주의에 좌우될 수 있는 것은 집행에서 많은 재량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 장관은 친구라고 해서 소득세를 깎거나 면제해 줄 수 없다. 하지만 관세 부과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유예나 관세율 책정에서 재량권이 있다. 크루그먼은 트럼프가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똑똑하게 만든다고 자랑했다며 관세가 2기 행정부에서 정실 자본주의가 잠재적 동력이 될 것으로 의심했다. 무역과는 다르지만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에서도 많은 ‘편애를 위한 많은 기회’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크루그먼은 전망했다.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밀러는 서류미비 이민자 수백만 명을 체포해 ‘거대한 수용 시설’에 한꺼번에 가둘 수 있다고 상상하는 듯하지만 이는 불가능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수년간에 걸쳐 수 많은 사업체를 급습해 산발적으로 단속하는 과정에서 누가 먼저 표적이 되고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추방 억류 면제 등을 나누는 과정은 실무적으로 일시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는 TV 네트워크의 면허를 박탈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포함 자신에 대한 유불리나 정치적 인맥에 따라 기업에 보상하거나 징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이는 경제 원칙을 왜곡하면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에 남아있으나 지난 한 세대 이상 포퓰리즘 논란속에 암울한 기록을 갖게 된 데는 만연한 정실주의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트럼프 당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 트럼프 2기의 실세로 부상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을 맡아 연방 조직 감축과 예산 축소 등에 관여할 전망이다. 그는 자신이 정부의 핵심 인사이면서 전기차, 우주산업, 인공지능 등 많은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머스크를 통해 특정 분야의 산업정책이 좌우될 경우 정실주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머스크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로비스트이자 로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머스크에 줄을 대려는 기업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크루그먼은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경제에서 성공하는 방법이 법과 원칙에 따른 방식이 아닌 정실주의에 의해 뒤틀려 규칙이 바뀐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그것이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MAGA는 많은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는 방향이 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정실주의’가 과도해지면 왜곡된 방법으로 트럼프가 타파를 주장했던 새로운 기득권층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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