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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민니, 고유성 만드는 묘수…'제3자 시선'으로

등록 2025-01-21 10:39:58   최종수정 2025-01-22 09: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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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첫 솔로 앨범 '허' 발매…데뷔 7년 만에 솔로활동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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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민니.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7년 간 그룹 '(여자)아이들'은 '시선의 전복'으로 주목 받아온 팀이었다.

대표곡 '톰보이' '누드' '와이프'를 보자. 이 단어들에 대한 세상의 정의를 뒤집으면서 걸그룹, 소녀, 여성에 대한 대상화 혹은 재단해온 시선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팀명 '아이들'은 또 어떤가. 개인을 뜻하는 영어 '아이(I)'와 복수를 뜻하는 '들'의 합성어다. 태국 출신 민니·리더 전소연·중국 출신 우기 등 곡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멤버들을 비롯 한국인 멤버 미연, 타이완 출신 슈화 등 외국인 멤버가 절반이 넘는 코즈모폴리턴적인 그룹 성향도 '나' 안에 '우리'가 들어가 있다는 걸 보여주며 다양한 시선을 견지한다.

무엇보다 (여자)아이들은 '괄호치기 미학'을 증명하는 팀이다. '소괄호'(())는 보통 이럴 상황에서 사용한다. 생략하는 요소임을 나타내거나 부기(附記·원문에 덧붙여 적는 기록)일 때. 특정 대상에 대한 괄호치기를 더하는 일은, 괄호친 것은 제쳐두고 능동적으로 그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겠다는 뜻이다.

민니가 21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솔로 앨범 타이틀을 '허(HER)'로 내세운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여자)아이들이든 대명서 '허'든 모두 불특정 여성을 대변 혹은 상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성동구 큐브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민니는 이를 의도한 건 아니라고 했다.

"제 솔로 앨범은 '제3자의 시선으로 저를 바라볼 때 어떤 모습일까 상상 하면서 만들었어요. 그래서 제 이야기보다 그녀(Her)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민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 싶었거든요. 제 솔직한 이야기를 진짜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 앨범입니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양하지만, 저만의 다이어리를 쓰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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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민니.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고민은 베이스 리프로 레일처럼 깔고 그 위를 펑키 그루브로 타고 나아가는 타이틀곡 '허'의 가사에도 담았다. 래퍼 빅나티(BIG Naughty·서동현)가 공동 작사했는데 무대 위 아티스트로서 민니, 대중이 바라보는 민니 등 그녀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 끝에 물음표를 달았다. 자신을 스스로 뮤즈로 삼았지만, 그걸 객관화한 것이다.

(여자)아이들로 데뷔한 지 7년 만에 낸 첫 솔로앨범인 만큼 최대한 많은 디테일들을 직접 신경 썼다. 고민될 땐 (여자)아이들 앨범 프로듀서인 전소연에게 물어물어 가면서도 자신만의 고유성을 담으려고 했다. 

민니가 (여자)아이들에서 담당하는 분위기는 몽환과 카리스마다. 팀의 도입부를 주로 그녀가 맡는 이유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야 하는 솔로 앨범에선 청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자 했다. "몽환적인 면도 있고, 비비드한 면도 있고, 키치한 느낌도 있고, 감성적인 면도 있고… 최대한 재밌게 다양하게 담아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지난해 말엔 팀의 재계약이 화제가 됐다. 한편에선 재계약 불발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재계약하기 전부터 솔로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는데요. 물론 전 늘 재계약한다고 생각했어요. 멤버들이랑 대화를 많이 나누고, 회사랑 잘 협의해서 기쁘죠. 팬분들한테는 되게 죄송하고 고마웠어요. 계약할지 안 할지 계속 얘기를 못 했으니까요. 멋있게 공개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해요."

앞서 전소연은 지난해 11월30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멜론 뮤직 어워드(Melon Music Awards) 2024'(MMA 2024) 4개의 대상 중 하나인 '올해의 레코드'를 받은 뒤 "제가 계약이 끝나서 (여자)아이들이 해체한다거나 끝났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저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재계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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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민니.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민니는 전소연의 해당 발표는 계획됐던 게 아니라고 했다. "운 좋게 그날 저희가 사인하고 무대 올라갔는데 바로 대상까지 받은 거예요. 상 받을지 몰랐으니 계획을 할 수가 없었어요. 하하. 저희는 좋아하는 음악을 오래오래 함께 하자가 목표였거든요."

(여자)아이들은 이렇게 '7년 징크스'를 날려 버렸다. 200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기획사와 연기자의 전속계약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연예인 전속계약서의 표준약관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데뷔 7년 후 재계약을 하는 시점에서 많은 그룹들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흩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K팝 그룹 7년 징크스다.

그럼에도 7년 안팎은 K팝 그룹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기는 시점이다. 솔로 활동 병행이 많아지면서 팀과 개인 활동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활동 계획을 정해서 단체 활동이랑 겹치지 않도록 서로 약속했어요. 아무리 개인 활동이 많아지더라도 '단체가 우선'이라는 얘기도 항상 하거든요."

7주년을 맞았으면 멤버들끼리 싸움이나 갈등을 피하는 노하우가 생겼을 법도 하다. 민니는 저희는 싸울 땐 시원하게 싸우는 편이라고 웃었다. "근데 화해도 바로바로 하고 푸는 타입이에요. 회의가 끝난 뒤에도 찝찝하면 의견 안 맞는 사람들끼리 추가로 따로 얘기를 해서 푸는 식으로 해왔어요."

민니는 태국 출신 대표적인 K팝 가수다. 태국 출신 후배 K팝 가수들이 그녀를 롤모델로 삼는다. 그런데 최근 T(Thailand)-팝이라 불리는 태국 대중음악도 전 세계적으로 부상 중이다. 고국의 음악적 정체성을 강화하거나 아시안 팝의 연대에 징검다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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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여자)아이들 민니.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2025.01.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저에 대한 수식은 뭐라도 상관이 없어요. 음악은 언어와 상관없이 다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한국어로 부르면 K-팝이라고 할 수도 있고, 태국어로 하면 T-팝이라고 할 수 있죠. 제 음악은 그냥 민니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곡을 만들 때 주로 멜로디 먼저 쓴다는 민니는 가사는 보통 영어를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뜻이 안 맞더라도 그냥 영어 발음으로 먼저 적어요. 사실 태국 가사에 대해서도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보다 좀 더 어울리는 타이밍이 있지 않을까 했죠. 사실 태국어는 비장의 무기, 히든 카드이긴 해요. 연습생 때부터 언어적인 것에 따라 노래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했거든요. 영어나 태국어를 부를 때 제 목소리는 좀 더 낮고 허스키한데 한국어 노래를 부를 땐 발음 때문인가 톤이 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어로 부를 때도 허스키한 톤으로 불러보고 싶다 생각을 하고 연습하기도 했어요."

(여자)아이들은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왔지만, 드라마틱한 K팝 신(scene)은 사실 버텨내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멘털 관리에 열심이라는 민니는 "항상 음악 만들 때 누군가의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쓴 노래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고 했다. 후배들에겐 "스스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번 앨범엔 PB R&B('블라인드 아이즈 레드(Blind Eyes Red)'), 사이키델릭 펑크(Psychedelic Funk)('드라이브 유 크레이지(Drive U Crazy(Feat. YUQI((G)I-DLE))'), R&B 발라드('밸런타인스 드림(Valentine's Dream)') 디스코팝('옵세션(Obsession)(Feat. TEN of WayV)') 등 다양한 장르가 실렸다.

민니는 장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도 벌써 데뷔 7주년이라 여러 프로그램에 너무 많이 나갔는데 계속 같은 레퍼토리를 할 수가 없잖아요. 항상 새로운 걸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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