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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챗GPT '딥시크' 후폭풍…AI 거품론 무너뜨렸다[딥시크 쇼크①]

등록 2025-02-02 08:00:00   최종수정 2025-02-03 10: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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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억 vs 80억의 싸움…딥시크 R1, 저사양 AI칩과 GPT-4 대비 5% 개발비로 주목

오픈AI와 달리 오픈소스 정책 펼쳐…AI 개발·서비스 대중화 기여

애플 iOS 대항한 구글 안드로이드처럼…AI 혁신 기폭제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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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 2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사용자 휴대전화 화면에 딥시크(DeepSeek) 애플리케이션이 구동하고 있다. 2025.01.28.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중국판 챗GPT '딥시크(DeepSeek)'가 전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우선 최고성능 AI 모델을 개발·서비스 하기 위해 고성능 연산용 칩에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야 한다는 기존 통념이 깨질 가능성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천문학적 비용 투자가 가능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시장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런데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새로 선보인 AI 모델이 현존 최고성능 AI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 오픈AI 'o1'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면서도 개발·유지비는 훨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AI 주도기업들이 패닉에 빠진 이유다.

개발 패러다임도 확 바뀔 전망이다. 딥시크는 비공개 폐쇄형 모델인 오픈AI의 챗 GPT와 달리, 오픈소스 형태로 전격 개방했다. 연구자, 개발자 누구나 손쉽게 딥시크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한 AI 서비스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애플의 폐쇄형 모바일 플랫폼 'iOS'에 대항한 구글의 개방형 안드로이드가 나온 이후에 전 사회영역에서 모바일 혁신이 급진전 됐듯, AI 생태계의 일대 변화를 초래할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1400억 챗GPT 이기는데 단돈 80억?"…中 AI, 전 세계 혼란 빠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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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 세계 IT업계가 딥시크에 주목한 건 지난달 20일부터다. 이날 딥시크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거대언어모델(LLM) 'V3'를 기반으로 한 추론 특화 모델 'R1'을 공개했다.

딥시크는 R1이 AI 모델 성능을 평가하는 일부 항목에서 오픈AI 'o1'과 비슷한 성적표를 거뒀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문제로 모델을 평가한 결과 o1이 79.2%의 정답률을 기록한 반면 R1은 79.8%로 살짝 앞섰다.

업계가 주목한 건 개발비였다. 딥시크는 V3를 개발하는데 557만6000달러(약 81억원)가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AI 최신 LLM 'GPT-4' 개발비의 5.5% 수준이다. 오픈AI는 GPT-4 개발비에 1억 달러(약 1450억원)를 투입했다고 알려졌다.

엔비디아 구형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개발한 것도 특이점이다.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는 최신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엔비디아 'H100' 등 고성능 칩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딥시크는 R1을 개발하는 데 2022년에 출시한 엔비디아 AI 칩 'H800'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제재로 중국 수출용으로 낸 저사양 제품이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딥시크 R1은 H800을 통해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을 실행하는 데는 화웨이 '어센드 910C' 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환경 속에 딥시크가 고성능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전문가 혼합(MoE·Mixture of Experts)' 아키텍처가 큰 역할을 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MoE는 주어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모든 AI 모델이 투입되는 기존 매커니즘과 달리 특정 작업에 필요한 모델만 활성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딥시크가 공개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R1의 파라미터(매개변수)는 6710억개인 반면 작업 시에는 340억개만 선별적으로 활성화하도록 설계됐다. 모든 매개변수를 사용하지 않으니 메모리 사용량도 적게 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또 딥시크가 오픈소스 형태로 모델을 공개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AI 혁신을 이끈 오픈AI가 자사 AI 모델을 유료 형태로 특정 기업에만 제공하는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누구나 일정 기준 이상의 성능을 구현할 AI 칩만 있으면 오픈AI 최신 모델에 버금가는 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딥시크는 AI 산업이 반드시 거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누구나 고성능 AI 모델로 서비스를 개발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불어넣으면서 글로벌 IT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 iOS에 대항하기 위해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전략을 통해 모바일 플랫폼 대중화를 이루었듯이, 챗GPT의 폐쇄적 플랫폼 정책에 대항한 딥시크의 오픈소스 전략이 AI 생태계에 적잖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패닉 빠진 AI 생태계…韓서도 관심 집중

이같은 시장 변화를 예고하듯 딥시크 등장에 글로벌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딥시크가 값비싼 하드웨어 없이도 강력한 AI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 주가와 브로드컴, TSMC,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관련 반도체 기업과 AI 관련 전력설비 기업들의 주가가 10% 이상 주가가 급락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AI 관련 기업들에게는 청신호로 읽히며 이들의 주가가 5% 이상 급등했다.

현재 국내 양대 앱마켓(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딥시크가 무료 앱 다운로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딥시크 사용 후기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딥시크 앱 일일 이용자 수는 지난 25일 5000여명에 불과했으나 다음 날(26일) 1만여명, 27일 7만3000여명, 28일 19만1556명으로 증가했다.

28일 기준 딥시크 앱 이용자 수는 뤼튼(14만7081명), 에이닷(8만8497명), 퍼플렉시티(6만6111명)를 앞지르면서 챗GPT(60만5574명)에 이어 단숨에 국내 인기 AI 앱 2위로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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