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위험 공존" 삼성전자 향방은[딥시크 파장 주가 어디로②]
증권가 "역사적 저점…호재에 민감한 영역""AI확대 기폭제…엔비디아 악재지만 AI 호재"
딥시크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도 고성능·저비용 AI개발에 성공하며, 고성능 고비용 칩을 앞세운 미국 엔비디아 중심의 성장 독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연휴기간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출렁였고,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도 지난달 31일 9.86% 하락하는 등 국내 반도체 업종이 흔들렸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42%대 하락에 그치며 비교적 선방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7005억원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순매수를 나타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 'HBM3E 8단'을 납품했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주가를 방어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 고객사 공급을 목표로 HBM3E 제품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제품 개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 주가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관련 종목들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나홀로 겨울'을 겪어왔다. 글로벌 AI 대장주인 엔비디아 납품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삼성전자의 제품 경쟁력에 의혹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양산, AMD 등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AI시장 1위인 엔비디아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딥시크'의 출현이 삼성전자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딥시크가 최근 공개한 추론 AI 모델 '딥시크 R1'은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O1'보다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R1은 미국 수학경시대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79.8%의 정확도로 o1(79.2%)을 넘어섰다. 코딩 테스트에서도 65.9%의 정확도로 o1(63.4%)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업계가 주목한 부분은 비용이다. 오픈 AI가 최신 챗GPT에 투자한 비용이 1억 달러(1438억원)에 달하는 것과 달리, 딥시크가 R1 개발에 투입한 비용은 20분의 1 수준인 557만6000달러(78억8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가 오픈AI의 기술과 데이터를 편법 차용했다는 논란, 추정비용을 과소 계상했다는 의혹, 중국 정부가 개입됐다는 음모론 등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업계는 순수 강화 훈련(RL)과 증류(Distillation) 기술에 기반한 고성능의 추론 모델이 AI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딥시크에 대해 "시장 내 장기적 기회 요인과 단기적 위험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여러 고객사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업계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부분의 악재를 이미 반영해 역사적 저점에 이른 삼성전자가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AI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장될 경우 반도체 업계 전반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파장이 미국의 더욱 강력한 규제로 이어질 경우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최근 6개월간 35% 하락해 역사적 하단 (P/B 0.92x)을 기록 중인 삼성전자는 호재에 민감한 주가 영역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올 3분기부터 HBM3E 12단을 시작으로 엔비디아 공급이 본격화하고 AI 주문형반도체(ASIC) 수요 급증으로 하반기부터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등으로 HBM3E 12단, HBM4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이 향후 4년간 710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AI 투자를 발표하고, 올해 북미 4대 빅테크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업체당 평균 70조원을 웃도는 점을 고려할 때 메모리 글로벌 1위인 삼성의 메모리 공급 확대 없이 AI 투자 확대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iM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딥시크의 등장은 엔비디아에 악재지만 AI에는 호재"라며 "대규모 최신 GPU 구매만이 AI 개발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그간의 개발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제부터 AI 혁신은 얼마나 지출하는 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저비용·고효율 모델은 AI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용 문제로 AI 혁신에 배제돼온 수많은 주체들이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경우 AI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장될 수 있으며, 이는 반도체 업계 전체에 기회"라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엔비디아 중심의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AI 개발 비용이 낮아지면 그 만큼 더 많은 곳에서 AI가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AI 확대의 기폭제가 될 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NH증권 류영호 연구원은 "저비용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면 그동안 빅테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AI 역량이 다양한 기업과 개인까지 확산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반도체업체가 지금보다 큰 AI시장을 빠르게 맞이할 수 있는 긍정적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HBM 뿐만 아니라 메모리 시장 규모의 성장인 만큼 국내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다만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로 확대되면 더 강력한 제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딥시크 출현 후 엔비디아 H20의 수출 통제 범위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규제와 통제는 반도체 공급망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으며 기업 주가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