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쏘아올린 작은 공…韓 기업들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딥시크 쇼크④]
"대자본 없이도 AI 혁신 가능"…국내 AI 스타트업계 기회"중국발 AI 쇼크" 우려도…한국 AI 인재 유출 막아야한국, GPU 인프라 부족은 숙제…민관 합심해야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위기일까, 기회일까"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발 인공지능(AI) 쇼크가 우리나라 AI 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AI 시장은 메타,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천문학적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딥시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이러한 공식이 깨졌다. 이에 국내 AI 전문가들은 한국 AI 산업의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로 평가하고 있다. 우선 이번 딥시크의 성공은 기술력만 있다면 대규모 추론 컴퓨팅 자원이나 막대한 자본 없이도 AI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GI(범용 인공지능) 구현을 목표로 하는 만큼, 더 강력한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뒤따른다. ◆"대자본 없이도 AI 혁신 가능"…국내 AI 스타트업계 "기회다" 딥싱크의 성공 사례는 특히 한국의 AI 스타트업들에게 고무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형 IT 기업들뿐만 아니라, 중소 AI 스타트업들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혁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지난달 31일 국내 증시에선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해 AI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들의 주가가 5% 이상 치솟기도 했다. 국내 음성인식 AI 스타트업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는 "그동안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모델 경쟁이 주가 되어온 AI 산업 트렌드가 점차 실용성, 효율성으로 변화하는 추세로 바뀌는 것 같다"며 "리턴제로 역시 초기부터 실용주의 AI를 표방하며 자체 소형언어모델 및 음성인식 기술 바탕으로 운영해온 만큼 작지만 효율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실용성 있는 제품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국내 AI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의 AI 기업들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제는 자본력보다 기술력과 창의성이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딥시크가 증명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오픈소스 정책은 국내 AI 기업들에게도 쉽게 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혁신을 이루는데 필요한 인프라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오픈소스 접근 방식은 AI 개발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많은 국내 AI 기업들이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딥시크의 모델과 기술을 오픈소스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토종 AI 검색 스타트업 라이너의 허훈 테크 리드는 "딥시크는 AI 모델의 학습 과정에서 이뤄져야 하는 고민들을 여러 테크니컬 리포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며 "딥시크의 오픈소스 정책으로 제품 중심의 기업들은 고성능 언어 모델을 쉽게 자사 제품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라이너 등 국내 AI 스타트업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AI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지난달 31일 '딥시크 여파에 따른 우리의 AI 대응전략' 긴급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딥시크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기회 요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하드웨어 투자가 부족한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국발 AI 쇼크" 우려도…한국 AI 인재 유출 막아야 반면 딥시크의 급부상은 한국 AI 업계에 새로운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미 반도체와 하드웨어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AI 소프트웨어 분야마저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리바바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준 충격처럼, AI 플랫폼 분야에서도 유사한 '차이나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이미 상거래 플랫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경험한 바 있다"며 "AI 플랫폼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AI 개발자 부문 인력 부족이 5257명으로 가장 많게 나타났다. OECD가 발표한 회원국의 AI 인재 이동(유입/유출) 현황을 봐도,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으로 인재 유출국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혁신 인재의 유출을 막고 유입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며 "국내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가 아닌, 과학기술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GPU 인프라 부족 해결해야 특히 업계에서는 중국의 AI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프라 구축 등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라이너의 허훈 테크 리드는 "딥시크 등 추론 모델이 오픈소스로 공개됐지만,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재현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다. 딥시크의 모기업인 하이플라이어 수준의 GPU 클러스터를 보유한 국내 기관이 없다"며 "사전 학습 단계에서 딥시크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재현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딥시크가 촉발한 고성능 GPU 회의론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회 학습 비용이 줄어든 모델이 제작된 것은 맞지만 향후 AI의 대중화가 빨라지고 더 강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므로 GPU 수요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앞으로도 AI 추론 과정에 엄청난 양의 연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메타의 수석 AI 연구원 얀 르칸도 "현재 AI의 지능은 인간에 비해 초기 단계이며, 현실 세계 이해 능력은 동물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하며 지속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