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 압박 대형 산불에 대선정국까지…농정당국 암초 산적
농식품부, 15일까지 산불 피해 접수 마무리복구비 단가인상·보조율 상향 관계부처 협의'벼 재배면적 조정제' 등 주요 정책 전환 가능美 통상압박 속 쌀 의무수입 재협상 나설까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최근 전국 대형 산불 사태에 농업분야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정국을 맞이한 농정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벼 재배면적 조정제' 등 굵직한 정부 정책의 방향성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조치로 인한 통상 압박까지 거세지는 모양새다. 1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대형 산불 사태와 관련한 농업 피해 접수를 오는 15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피해 집계에 나설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피해규모를 이달 말까지 확정하고 신속한 영농 복구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복구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재정당국과 협의에도 착수했다. 앞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현재 법률 틀 만으로 지원해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다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기계) 복구비 단가인상과 보조율 상향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불 대응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정부 농업정책 방향성은 전환기를 맞을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두 달 후에는 새 정부가 새 농업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 정부 주요 정책인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벼 재배면적 감축을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대안 제시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농업민생 4법에 대한 대안을 제출하겠다며 3개월째 시간만 끌고 있는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농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농업민생 4법을 조속히 재발의하고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는 '한우산업전환 및 지원법'을 포함해 심사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우리 농업분야를 향한 통상 압박이 커지면서 농식품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후 4시(한국시간 3일 새벽 5시)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국 25% 등을 포함한 상호관세를 공식 발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가 우리 대미 수출에 미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협상전략 수립에도 관심이 쏠렸다. 특히 미국 정부가 직격한 쌀과 소고기 등의 수입 확대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쌀의 경우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은 수입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인 연간 40만8700t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2304t이다.
민주당은 한미통상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조속히 나서라며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은 미국 농산물의 5대 수입국이고 미국은 막대한 흑자를 보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상호관세를 25%나 적용하고 농산물의 추가 수입을 요구하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오히려 TRQ의 불합리한 기준 시점부터 변경해 쌀의무수입물량을 감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냉정하게 판단해서 아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들어 문제 삼은 미국산 소고기 수출 규제도 민감한 문제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 2025년도 국가별 무역 평가보고서(NTE)에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규제가 우려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월령 제한은 2008년 미국산 수입 재개 합의에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나는 등 '광우병 사태'가 발생하면서 마련됐다. 당시 정부는 미국과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개월령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경우 국내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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