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가장 오래된 외교 건물" 주한영국대사관 보려면…'정동야행'으로[르포]
서울 중구, 5월 '정동야행' 축제서 영국·캐나다 대사관 개방"조선시대 당시 건물을 같은 목적으로 이용하는 유일한 곳"이외 박물관, 종교시설 등 35개 역사문화시설 야간 개장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마침 때 맞춰 잘 오셨습니다. 지난 1999년 8월 엘리자베스 여왕이 국빈 방문 당시 대사관 정원에 직접 심고 가신 분홍색 벚꽃나무가 활짝 폈네요. 사실 저도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답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아치형 구조의 유럽식 건물과, 튤립, 진달래, 겹벚꽃 등 다양한 꽃들이 활짝 핀 정원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은 대한민국에 있는 영국 땅, 주한영국대사관이다. 지난 24일 서울시 출입기자단이 '2025 정동야행' 축제를 한 달 여 앞두고 먼저 방문한 주한영국대사관에서는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직접 대사관 곳곳을 소개하고 나섰다.
그는 1998년부터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지난해 10월 명예중구민으로 위촉돼 '정동의 이웃'으로 불리는 등 중구와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사관 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과 그 정원 한 가운데 위치한 직원 숙소, 대사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대사관저, 직원들을 위한 '킹스맨' 감성의 위스키 바 등 곳곳을 안내했다. 크룩스 대사는 "영국대사관 건물은 1883년 한영 외교관계가 첫 수립될 당시 외교관이 머물렀던 여관 자리를 사서 1890년에 영국식으로 새로 지은 것"이라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외교 건물이자, 조선시대에 세운 건물을 현재까지 같은 목적으로 이용하는 거의 유일한 곳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원 전망이 특히 좋은 이곳 대사관저 다이닝룸은 대사관에서 오찬이나 만찬 등 리셉션을 개최할 때 사용하는 곳"이라며 "1950년 7월 1일 이곳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아침식사를 하던 도중 북한군에 붙잡혀 3년간 압록강에서 포로생활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주한영국대사관은 서울 중구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축제 '2025 정동야행'이 열리는 5월 23~24일 사전신청을 통해 민간에도 공개된다. 평소 민간에 개방되지 않는 대사관 내부를 볼 수 있는 '대사관 투어'는 정동야행 축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영국대사관 뿐만 아니라 주한캐나다대사관에서도 대사관 내부를 개방, 션 모리세이의 '한국과 캐나다를 잇는 민속 신앙' 강연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올해 정동야행에는 박물관, 종교시설, 국가유산, 미술관, 공연장 등 총 35개 역사문화시설이 야간 개장으로 시민을 맞이한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의 '미디어파사드' 등 다양한 공연과 강연도 예정돼 있다. 정동길은 을지로 조명상가와 협업한 덕수궁 돌담길 포토존, 청사초롱 거리, 등롱 만들기 체험 등과 어우러지며 밤을 밝힌다. 또 올해 정동야행 축제에는 200여명의 중구 구민 자원봉사자 '야행지기'가 축제의 준비부터 운영까지 직접 참여해 함께 만들어간다. 아울러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공모전 '정동을 그리다'에 출품한 500여점의 작품과 15개동 주민이 담은 '나의 빛나는 미래' 메시지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전시된다.
축제 프로그램은 야화(夜花,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문화공연), 야사(夜史, 정동길 체험프로그램), 야설(夜設, 거리 공연), 야로(夜路, 역사해설투어), 야경(夜景, 야간경관), 야식(夜食, 먹거리), 야시(夜市, 예술장터) 등 '7야(夜)'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한편 이번 정동야행은 지난해와 달리 '총감독제'를 적용, 세계 3대 마임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춘천 마임 축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강영규 총감독의 지휘 아래 '정동의 빛 미래를 수놓다'라는 하나의 주제로 진행된다. 강 감독은 올해 정동야행과 관련해 "어렵고 힘들던 일제강점기 시기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학문을 추구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미래의 길을 열었던 정동의 역사와 가치는 지금의 청년들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데 있어서도 꼭 필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