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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초록 빨대', 유예 갈림길 '무라벨 생수'…오락가락 정책에 혼란 ↑

등록 2025-06-28 10:30:00   최종수정 2025-07-01 15: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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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계도 기간 무기한 연장

먹는샘물 무라벨 의무화 정책, 1년 유예 논의

"준비 미흡·의지 박약…'전과정 평가' 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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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근 스타벅스가 다시 도입하기로 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정부가 2022년 11월부터 1년간의 계도 기간을 거친 후 식당과 카페 등에서 사용 금지될 예정이었다.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스타벅스 코리아가 7년 만에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제공하기로 하고, 정부가 먹는샘물 무라벨(無label) 의무화 정책 유예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환경 정책을 불쑥 발표하고 번복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정책의 실효성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환경계에 따르면 최근 스타벅스가 다시 도입하기로 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정부가 2022년 11월부터 1년간의 계도 기간을 거친 후 식당과 카페 등에서 사용 금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정부가 종이 빨대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과 자영업자들의 부담 등을 이유로 계도 기간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하며 규제가 유명무실해졌다.

심지어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환경부가 지난해 9월 해외 사례를 인용해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종이 빨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폴리프로필렌(PP) 빨대보다 1.9배(매립)~4.6배(소각) 많았고, 인간에 미치는 독성은 4.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함께 규제 대상에 포함됐던 종이컵은 사용 금지 품목에서 제외돼 여전히 식당과 카페 등 매장 안에서 사용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규제 대상이었던 일회용 비닐봉투는 생분해성수지 재질일 경우 2028년까지 사용이 허용됐고 이 또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생분해성수지 재질은 온도 40도에 습도 60도 등 일정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며 "생분해 비닐봉투의 경우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지금의 선별장에서는 생분해성수지 재질만 모이지 않고 있고, 별도 수거하는 선별장을 마련한다는 대책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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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지난 2021년 1월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무라벨 생수가 진열돼 있는 모습. 2021.01.27. [email protected]

일관성 없는 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먹는샘물 무라벨 의무화 정책 유예를 논의하며 또 한 번 정책 이행 준비가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애초 내년 1월 1일 제조된 제품부터 낱개로 판매되는 먹는샘물 제품에 대해 상표 띠를 없애고 QR코드를 이용하는 표시 방법을 허용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QR코드 결제 시스템 구축 미비 ▲소상공인 부담 ▲GS1 표준 도입 및 인쇄 품질 확보 등을 이유로 1년 유예를 논의 중이다. 환경부는 지난주 먹는샘물 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데에 이어 이번 주에는 유통 업체들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오프라인 낱병 판매에 대해 1년간 계도 기간을 갖는 것을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먹는샘물 무라벨 의무화 정책 추진을 위해 2022년 12월 '먹는샘물 표시기준'을 개정해 놓고 올해 초에서야 현장 의견 청취에 나섰다며 2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당장 QR코드 결제 스캐너 인식 등 구비가 미비한 상황이고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이 생긴다"며 "GS1 표준에 맞는 인쇄 품질을 병뚜껑에 정확히 인쇄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어떻게든 유예를 안 하려고 한다"며 "현장의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과도한 택배 포장으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일회용 수송 포장 규제 시행'은 결국 2년 유예됐다. 지난해 3월 정부는 현장 적응과 제도 평가 등을 이유로 2년간 계도 기간을 운영하기로 결정했지만, 향후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환경 정책의 원인으로 정부의 조사 미흡과 정책 실행 의지 부족을 꼽았다.

전관수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을 하기 전에는 환경적으로 얼마나 이익이 있는지와 소비자의 편의성, 소비자가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고 비용도 평가해 봐야 한다"고 했다.

유 팀장은 "정부가 계도 기간 동안 정책 변화 방향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데 환경부는 준비 기간에 있어서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다가 계도 기간 끝나가는 시점에 맞춰 갑자기 철회하거나 계도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행동을 계속 보인다"며 "정부가 탈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오락가락한 정책은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고 친환경 문화 정착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교수는 "(종이 빨대 생산 등) 소상공인처럼 직접적인 투자에 나선 이들은 정책이 뒤바뀜으로 인해 피해 보는 것이 큰 문제"라며 "정책이 나와도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신뢰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유 팀장은 "정책을 일관되게 진행해야 대체품이나 다회용기 등을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할 수 있다"며 "자꾸 왔다 갔다 하니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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