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반기…기축통화 위상 흔들
달러, 트럼프의 관세 정책·부채 급증 우려에 상반기 10.8% 급락국채시장 불안에 기축통화 신뢰도 흔들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미국 달러가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반기 성적을 기록하며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올해 상반기 동안 10.8% 하락했다. 지난 1월13일 109.96까지 치솟았던 달러 인덱스는 6월30일 기준 96.76까지 떨어졌다. 이 지수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6개 주요 외국 통화(유로·일본 엔·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와 비교한 값으로,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달러 약세, 100보다 높으면 달러 강세를 뜻한다. 상반기 중 달러가 이처럼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인 것은 1973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처음이다. 달러 약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립주의적 무역정책, 국가 부채 증가로 인한 재정 건전성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훼손 등이 고루 작용한 결과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로 외국 경제가 흔들리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달러 가치가 더 강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일부 월가 은행들도 달러와 유로화 가치가 1대1로 수렴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도 달러 가치 하락, 주식과 채권 시장 약세 등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식으로 후퇴했다. 이에 주식과 채권은 회복세를 반등을 보인 반면, 달러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할 때 지난 6개월간 유로는 약 13% 상승해 1.17달러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이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성장 둔화를 우려해 독일 채권 등 다른 안전자산으로 이동한 결과다. 스탠다드차타드의 G10 외환 연구 책임자 스티브 잉글랜더는 "달러가 강하냐 약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며 "미국이 예전에는 뛰어났지만, 지금은 평범한 그룹에 섞여 들어가는 것 같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10년간 약 3조3000억 달러의 국가 부채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미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은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약화되면서 국채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채 매수에 따른 환율 변동 위험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환헤징에 나서면서, 달러 가치를 추가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다시 미국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블랙록의 글로벌 고정 수익 최고투자책임자 릭 리더는 "달러 탈중심화가 지금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지만, 정부 부채 증가가 그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달러 가치가 너무 빨리 떨어지고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곧 달러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위스 취리히 보험그룹의 최고 시장 전략가 가이 밀러는 "달러 약세는 이제 과도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어, 하락 속도는 곧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