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슈틸리케, 옛 제자들과 손 잡았다

등록 2016-11-08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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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울리 슈틸리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11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16.10.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부임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God)이라는 의미의 ‘갓틸리케’로 통하던 그였지만 이제는 경질이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정도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만나야 할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한국은 오는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갖는다. 어쩌면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은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 벤치에 앉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슈틸리케의 명운이 걸린 우즈베키스탄전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원했던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었고 그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8월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는 국내파 위주로 팀을 꾸려 7년 만에 우승이라는 보너스를 받았다. 그 기세는 월드컵 2차예선까지 꺾이지 않았다. 미얀마와 라오스, 쿠웨이트 등은 아직 한국과 견주기엔 여러모로 부족했다. 슈틸리케호가 1년 간 거둔 성적은 16승3무1패. 16승은 18승을 거뒀던 1975년과 197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이대로라면 러시아행은 따 놓은 당상’이라던 달콤한 환상은 최종예선이 시작하자 바로 깨졌다. 최종예선이 주는 무게감은 2차예선과는 확연히 다르다. 앞서 치렀던 월드컵 최종예선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쉽게 본선에 올랐던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껄끄러운 팀들이 즐비한 최종예선에서 2차예선과 같은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초반 행보는 ‘이러다가 본선조차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과의 홈경기에서 고전 끝에 3-2로 이기더니 내전 중인 시리아를 상대로는 무득점 무승부에 그쳤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10월12일 이란 원정에서는 단 한 개의 유효슈팅을 날리지 못한 채 0-1로 패했다. 뒤늦게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을 하기는 했지만 공격수들의 무딘 움직임을 지적하며 카타르 공격수인 세바스티안 소리아(33·알 라이안)의 이름을 거론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을 지탱하고 있던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냈다.

 반환점을 앞둔 현재 한국은 2승1무1패(승점 7)로 3위를 달리고 있다. 본선행 직행 티켓 확보의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는 2위 우즈베키스탄(3승1패·승점 9)과는 2점차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에 지고 같은 날 선두 이란(승점 10)이 시리아를 꺾으면 러시아행 직행 티켓 확보를 위한 2위와 한국의 격차는 5점으로 벌어진다. 이 경우 진짜 본선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이정협과 차두리, 옛 제자들의 귀환

 기가 막힌 반전과 중도 퇴진의 가운데쯤 서있는 슈틸리케 감독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 옛 제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대표적인 예가 공격수 이정협(25·울산)이다.

 이정협은 ‘원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군림했던 선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말 상주 상무 소속으로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뛰던 이정협에게 A대표팀 승선의 영예를 안겼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이정협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듬해 호주 아시안컵에서 2골을 만들어내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후에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상주 전역 후 울산 현대로 트레이드 된 이정협은 올해 치른 K리그 클래식 29경기에서 4골1도움에 그쳤다. 태극마크를 다는 최전방 공격수의 성적이라고 보기에는 초라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그보다 훨씬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린 내로라하는 공격수들을 뒤로 한 채 다시 한 번 이정협 카드를 꺼냈다. 이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평소 소신과는 거리가 먼 선발로 논란을 불러왔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득점과 공격 포인트로 공격수를 평가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좀 다른 방식으로도 평가한다”면서 “이정협을 처음 대표팀에 부를 때 그는 상주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움직임과 추구하는 스타일의 선수였기에 뽑았다. 울산에서는 열심히 뛰지만 기회가 잘 찾아오지 않아 득점은 많이 못했는데 우리가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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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7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된 차두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6.10.27  [email protected]
 지난해 현역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36)도 슈틸리케 감독의 손을 잡았다. 유년기를 보낸 독일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던 차두리는 슈틸리케호에서 전력분석관을 맡기로 했다. 당장은 전력 분석의 본업보다는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차두리의 전력분석관 채용을 권유하자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 여기에는 선수들로부터 신망이 두텁고 독일어에 능한 차두리가 함께 한다면 여기저기서 나오는 소통의 엇박자를 차단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내 방문은 열려있으니 편하게 이야기 하라’고 하는데 한국 문화에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 (직접) 이야기를 못하는 내용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료로서 같이 뛴 차두리에게는 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킬레스건인 측면 수비가 살아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선수기용 변화의 폭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아무도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좌우 측면 수비에서는 ‘슈심(心)’을 잡기 위한 경쟁자들의 치열한 혈투가 예상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명단에 측면 수비 자원을 대거 포함시키면서 무한경쟁 체제를 예고했다. 측면 수비는 슈틸리케호의 아킬레스건으로 분류된다. 김진수(24·호펜하임)와 차두리가 좌우 측면을 양분할 때만 해도 큰 걱정이 없었지만 지금은 두 선수 모두 자취를 감췄다.

 이번 명단에 포함된 측면 수비 요원은 홍철(26·수원)과 윤석영(26·브뢴뷔), 박주호(29·도르트문트·이상 왼쪽), 최철순(29), 김창수(31·이상 전북·이상 오른쪽) 등 총 5명이다. 양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이것이 질적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리그 클래식에서 뛰는 홍철과 김창수, 최철순과는 달리 유럽파로 분류되는 윤석영과 박주호는 실전 감각이 크게 떨어진다. 지난 여름 덴마크 클럽인 브뢴뷔로 이적한 윤석영은 컵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리그에서는 아직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오랜 후보 생활을 버틴 박주호는 도르트문트 동료들의 줄부상으로 몇 차례 투입됐으나 완전치 않은 감각만을 보인 채 중도 교체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집 훈련 및 우즈베키스탄전에 나흘 앞서 열리는 캐나다와의 평가전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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