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아, 127분의 황홀한 춤…'라라랜드'
이건 두 청춘이 운명적으로 서로에게 이끌려 사랑하고 서로의 꿈을 격려하며 조금씩 전진하다가 어떤 결론에 다다르는 이야기다. 숱하게 보고 들었던 이야기이지만, '라라랜드'에서 이 서사는 처음 보고 들은 게 된다. 그건 '라라랜드'가 너무 자주 말해진 탓에 이제는 상투(常套)가 된 '청춘의 꿈과 사랑', 그 말의 본디 아름다움을 온전히 되살려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영화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을 노래('City of Stars')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는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끌린다. 남자는 '정통' 재즈클럽을 여는 게 꿈이지만, 현실은 레스토랑에서 배경음악이 될 곡을 연주하는 신세다. 여자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배우의 꿈을 안고 LA에 왔지만, 번번히 낙방하는 지망생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시작하는 연인은 서로의 꿈을 격려하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세바스찬과 미아 모두 그들의 꿈에 가까이 가지 못하면서 이들의 사랑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라라랜드'는 영화에 대한 송가(頌歌)다. 셔젤 감독은 영화가 자신에게, 또 우리에게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영화는 현실에 없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극장의 어둠으로 숨어 들어, 잠시 다른 세상에 도달한 뒤,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의 바로 그 기분이다. 영화를 볼 때만큼은 세계를 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라라랜드'에는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LA가 이 작품의 배경인 것은 필연이다. '라라랜드'는 고전영화에 대한 연가(戀歌)다. 정통재즈만이 진짜임을 설파하는 세바스찬은 미아에게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1955)을 상영하는 극장에 가자며 첫 데이트를 제안한다. 재즈에는 관심이 없다던 미아도 사실은 험프리 보거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카사블랑카'(1942) 촬영지 옆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꿈을 향해 전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가 정말 꿈이었던 시대를 향한 사랑으로 표현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특기해야 할 것은 역시 롱테이크 쇼트다. '라라랜드'의 롱테이크는 단순히 한 번에 길게 찍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일종의 쇼로서 온전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에 뛰어나다. 배우들의 춤뿐만 아니라 노래까지 동시 녹음으로 현장화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날아올랐다가 착지하는 장면을 하나의 컷으로 연결한 것 또한 관객의 감정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 게다가 마지막 시퀀스에서 보여지는 '그 장면'은 기술이 때로는 감정까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예가 된다. '라라랜드'를 다 보고나면 셔젤 감독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단 두 편만으로 경지에 오른 이 젊은 감독은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 것인가. 그의 영화는 어딜 향하고 있을까. 그리고, 세바스찬과 미아는 어떻게 살게 될까. 어쨌든 '라라랜드'는 이 우울한 연말을 달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로맨스영화다. 그 위로가, 이 아름다움이 셔젤 감독이 '라라랜드'를 만든 이유일지도 모른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