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글로벌 각축전]②융합현실로 진화하는 가상현실
AR은 실제 세계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대표적인 콘텐츠로 올해 큰 인기를 끈 AR 게임 ‘포켓몬 고’가 있다. 포켓몬 고는 눈앞의 실제 풍경에서 포켓몬 캐릭터를 잡는 형식으로 AR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MR은 VR과 AR 기술을 합친 개념이다. 최근에는 VR과 AR을 구분하지 않고, 이 둘을 함께 구현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만들거나 VR 위에 AR 기술을 덧입히는 방식 등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17년 ICT 10대 주목 이슈’ 특집 보고서를 발간하며 MR을 주요 트렌드로 제시했다. 두 기관은 지난해 458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MR 시장이 2021년에는 1조원을 넘어선 1조980억원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현실 배경 위에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혼합해 AR과 VR보다 진화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MR 산업이 내년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새로운 경험가치의 제공을 통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향후 미래 10년을 이끌어 나갈 MR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MR이 초기 단계이지만 글로벌 IT기업은 이미 MR 각축전에 나서고 있다. MR 개발에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가 개발한 고글형 ‘홀로렌즈’는 VR과 AR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독립형 제품이다.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3D 화면을 덧씌우는 AR 기술을 구현하게 한다. 현재 MS 홀로그램은 개발자용과 기업용 등 B2B로 나온 상태다. 내년에는 일반 소비자용으로까지 제품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도 지난 8월 MR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인텔은 MR 기술 프로젝트인 ‘알로이’를 개발하고 있다. 알로이는 별도의 VR 기기 없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공간을 3차원으로 인식해 실제 현실에서 가상공간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가 약진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은 얼굴 인식 기반의 가상증강 현실 사진 꾸미기 앱 ‘스노우’를 아시아 대표 인기 앱으로 키워냈다. 스노우의 이달 기준 누적 다운로드는 8000만, 월 이용자 1000만명이 넘는다. 스노우는 사진 촬영을 할 때 이용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사자 수염, 토끼 귀, 루돌프 빨간 코 등의 장식을 넣어준다. 동영상 공유와 채팅 기능도 있다. 스노우는 일본 후지TV가 선정한 ‘올해의 일본 여고생 유행어’에 꼽히기도 했다. ‘스노우를 하다’라는 뜻의 ‘스노루(スノる)’는 유행어 9위에 선정됐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진 꾸미기 앱 ‘스노우’ 인수를 제안했다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네이버 측은 페이스북 인수설에 대해 “스노우 인수를 문의하는 회사들이 여럿 있지만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확인했다. 저커버그가 스노우 인수를 추진한 이유로는 ▲새로운 모바일 경험 다각화 ▲사진·동영상 서비스 강화 ▲아시아 시장 공략 등 크게 두 개 부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앞서 저커버그는 2012년 사진 SNS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당시 한화 약 1조1200억원)에 인수했다.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을 지나치게 비싸게 주고 샀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올해 인스타그램 예상 광고 매출은 한화 약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투자비를 만회하고 남는다. 저커버그의 통 큰 베팅은 인스타그램만이 아니다. 저커버그는 2014년 4월 세계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190억 달러(당시 한화 약 20조원)에 사들였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운영하면서도 왓츠앱을 인수했는데 현재 별개 서비스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꾸며주는 앱 ‘스냅챗’도 인수하려 했지만 불발된 바 있다. 스냅챗 개발사 스냅은 내년 3월을 목표로 자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스노우는 페이스북이 점령하지 못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노우는 사진을 꾸미는 ‘필터’를 스모 필터, 한류 아이돌 필터 등 해당 국가에 맞게 선보이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저커버그도 이 부분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VR과 AR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고, 기술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용자의 IT 경험을 다양화하는 MR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흥원 CJ E&M 테크&아트 본부장은 “올해 MAMA를 위해 1년 전부터 VR과 AR 기술을 총동원해 준비했다. 신기술을 음악에 접목, 기존 무대 예술을 한계를 뛰어넘어 시청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VR을 정책 과제로 추진 VR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정부는 가상증강 현실을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정했다. 올해부터 5년간 4050억원(정부 2790억원·민간 1260억원)을 투자해 VR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VR 벤처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전반적인 정부 정책이 흔들리는 가운데 VR 육성 사업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먼저 정부는 VR 핵심 원천기술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3D 깊이 센서 개발 등 VR 플랫폼 고도화를 지원하고, 표정 제스처 인식, 눈동자 추적 등 오감 인터랙션 기술 등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초경량 VR 디바이스 개발을 통해 이용자의 착용감을 대폭 개선하고, 고시야·고해상도 지원기술을 확보하여 VR기기 현기증은 낮추고 몰입도는 높이는 방안도 지원할 계획이다. VR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미래부는 VR 분야 신시장·플랫폼 선점을 위해 선제 투자가 필요한 전략 분야를 선정하기로 했다. VR 서비스 플랫폼, 게임체험, 테마파크, 다면 상영, 교육유통 등 5대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선정해 최장 4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혁신과 성장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유망 VR 기업과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VR 전문펀드를 조성(2017년까지 400억원 규모)하고, VR을 신산업 분야 R&D 세액공제 대상 산업에 포함해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밖에 VR 캠퍼스를 확대하고,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등 대학 내 인문예술 전공자 대상 SW 융합교육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2018년에는 평창 올림픽 ICT 체험관 내에 VR 체험존을 만들어 경기장 실사를 배경으로 한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 시뮬레이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열린 미래부 VR 계획 발표회에서 최양희 장관은 “VR은 전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 콘텐츠와 우리의 우수한 ICT 역량을 결합,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개발자와 스타트업의 발굴에서부터 제품·서비스 개발·유통, 글로벌 진출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들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