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발언' 이재명 상승세 심상찮다
문 전 대표는 2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시장에 대해 “어쨌든 사이다는 금방 목이 또 마른다. 탄산음료가 밥은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지지자 사이에서 이재명은 빠르고 명쾌하다는 의미로 사이다, 문재인은 답답해서 고구마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물론 문 전 대표는 이 시장에 대해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잘하고 있다”며 “사이다만 마시면 배가 고프니까 고구마도 함께 먹고, 고구마만 먹으면 목메니까 사이다도 함께 마시면 좋겠다. 사이다와 고구마가 함께 해 나갈 것”이라며 아직 경쟁보다는 화합에 무게를 뒀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이 시장을 의식하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고 보고 있다. 당초 지지율이 1~2%밖에 안 되는 이 시장에 대해 문 전 대표로서는 크게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시장의 지지율이 문 전 대표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문재인도 바짝 긴장…견제구 날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8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응답률은 12.8%),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문 전 대표 23.5%,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18.2%, 이 시장 16.6% 순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는 이 시장에게 뒤지며 3주째 4위에 머물렀다. 이 시장은 지난 주 대비 1.9%p 상승한 지지율을 기록해 2.3%p가 하락한 안 전 대표를 3주 연속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간 문 전 대표, 반 총장, 안 전 대표가 지지율 1~3위를 유지해온 탄탄한 3인방 체제에서 안 전 대표 대신 이 시장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3인방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 시장은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발표한 12월 1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이 시장은 18.1%를 기록, 6.3%의 안 전 대표를 누르고 3위에 오르는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이 시장의 상승세는 야권 주자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와 탄핵을 거론하고 구속 체포까지 언급하는 등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문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거론하자, “무슨 명예퇴진이냐.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바로 구치소로 보내야 한다”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직격탄을 날리는 모습이 지지층에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 시장의 행보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과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또 SNS 지지자인 ‘손가락 혁명군’들의 여론몰이, 즉 ‘입소문’도 한 몫 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이 시장의 상승세에 문 전 대표가 견제 발언을 내놓자 이 시장은 트위터에서 “사이다에 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이기는 게 먼저고 우리는 한 팀”이라고 맞받아쳤다. 이후 이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목마르고 배고프고 이럴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이 시장이 “사이다로 목 좀 축이고 난 다음에 고구마로 배 채우고 든든하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이 역시 문 전 대표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진 이 시장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추월당한 안철수 “개의 않겠다” 정치권에선 이 시장을 견제하려는 문 전 대표, 그리고 강성 발언과 선명성을 앞세워 문 전 대표를 위협하는 이 시장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이재명 성남시장을 호평하며 둘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김 전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시장의 경우에는 촛불집회에 매번 참여하면서 촛불집회에 나타나고 있는 민심을 갖다가 비교적 빨리 판단하는 것 같다”면서 “그리고 그것을 자기 입을 통해서 그대로 직설적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작용해서 최근에 지지도가 많이 오르지 않았나 그렇게 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이제 이 시장이 많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연 문재인 전 대표가 확실하게 집권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데 대한 회의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당 내부로 봐선 문 전 대표가 완전히 당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지명 자체에 대해선 별로 염려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가 맡은 일을 충실히 한다면 국민들이 인정해줄 것으로 본다. 노력에 따라서 많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 시장은 강성 발언으로 현 촛불시위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3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여러분의 손으로 무덤을 파자. 우리의 손으로 그를 잡아 역사 속으로,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주자”고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 시장은 또 “박근혜를 그를 호위하는 새누리당과 함께, 이 모든 사태의 뿌리인 재벌 기득권자들 함께 역사의 무덤 속으로 보내버리자”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이미 국민으로부터 해고당한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농성하고 있다. 불법농성을 해소하고 국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민주당이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내몰고 그 자리에 진정한 주인인 국민들이 앉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타임머신을 타고 왔는지 본인을 전제군주국가의 왕으로 착각하고 국민을 지배대상으로 아는 사람이 있다”며 “모든 사람이 배 안에 수백 명이 갇혀 죽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울고 있을 때 그것조차 보지 않고 어디서 무얼 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박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 시장은 이어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임을 부인학고 법을 무시하고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잊고 정신 못 차리고 이 나라를 혼란과 위기로 몰아넣는 사람이 있다”며 “이제 수갑을 차고 구치소로 직행해야할 사람이 있다”고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호남에서도 돌풍 일으키면… 이 시장의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정체현상을 빚고 있는데 기인한 측면이 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여론을 선도하기보다는 뒤쫓는 모습을 보였다. ‘부자 몸조심’을 하다 보니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다가 최근에야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문 전 대표를 돕는 당내 의원 사이에서도 행보가 일관성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초선의원은 “전략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왕좌왕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며 “일단 전략통 한 사람을 선정해서 그 방향으로 쭉 가야하는데 지금은 누가 그걸 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렇듯 문 전 대표를 맹추격하는 이 시장의 기세가 상당해 앞으로 둘의 대결 구도에 이목이 집중된다. 당장 당내에서는 다수의 현역의원과 지도부에게 지지를 받는 문 전 대표가 우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호남이다. 만일 이 시장이 호남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경우 ‘문재인 대세론’을 꺾는 게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당장 호남에서 반감을 살 이유가 없는 만큼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당에서는 문 전 대표가 우세하고, 당 밖에서는 이 시장이 우세한 이런 구도로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 이 시장 역시 이런 판단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은 2일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공직 후보는 당원이 아닌 국민 경선으로 한다”며 “얼마나 많은 국민이 현장에 와서 투표하느냐로 후보가 결정되는데 그럴 경우 자신 있다”고 말했다. 국민경선이 치러질 경우 문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물론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 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이가 많다. 현역의원 중에서 이 시장을 지지하고 나선 이가 없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당의 한 초선의원은 “이 시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슈를 끌고 갈 동력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안정감을 보인 문 전 대표 쪽으로 지지가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싸움이 이전에는 다윗과 골리앗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도의 경쟁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 전 대표가 이 시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