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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사라진 세상, 지구에 몰려온 재앙

등록 2017-01-09 14:47:57   최종수정 2017-01-16 10: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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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벌들의 역사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벌이 멸종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과 그 두려움으로부터 출발한 이 소설, '벌들의 역사'는 노르웨이 서점협회 '올해의 작품상' 2015년도 수상작이다.

  출간 전 15개국에 계약되면서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현재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브라질에서 출간되어 “세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한 작가의 감명 깊고 인상적인 탐구”, “복합적이면서 빼어나게 잘 쓰였을 뿐만 아니라 심리 스릴러처럼 흥미진진한 소설” 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소설은 2098년, 벌들이 멸종한 시대 중국 쓰촨 지역에서 꿀벌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인공수분에 종사하는 노동자 타오의 이야기로 문을 연다. 1852년 영국의 동물학자 윌리엄, 2007년 미국의 양봉업자 조지 그리고 타오 세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교차하며 전개된다.

 양봉과 생태 자연의 위기를 말하는 소설의 표면적인 주제 아래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보다 깊은 주제는 두려움과 희망, 도전 정신과 체념을 동시에 지닌 평범한 인간들의 삶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다.

 윌리엄, 조지, 타오는 모두 아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분투하며 살아가는 보통의 부모로,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여왕벌과 새끼들을 위해 부지런히 꿀과 꽃가루를 모아 오는 꿀벌의 생태와도 닮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벌들이 어미와 새끼들을 벌집에 내버려두고 떠나는,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소설은 벌들과 서로 닮은 생태 방식을 가진 인간의 삶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기를 맞이하는 전개를 보인다.

 600쪽이 넘는 분량에도 속도감 있게 넘어간다. 모든 문명이 무너진 황폐화된 도시, 꽃나무가 가득한 숲속에서 기이하게도 새소리도, 곤충의 날갯짓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생경한 풍경들에 대한 세밀하고도 서늘한 묘사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듯 생생하면서도 행간마다 긴 여운을 남긴다.

 "나는 연달아 침을 꿀꺽 삼켰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상의 웅덩이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몸을 일으킨 후 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삶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었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꽃가루를 모아 오고 꿀을 만들어내는 일."(p.580)  마야 룬데 지음, 손화수 옮김, 608쪽, 현대문학,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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