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정의 포토에세이]대한민국 장인을 만나다-자수장 이수자 김영란 박사
이 작품은 지난해 5월 타계한 고인이 생전 김 박사님과 함께 만들던 작품입니다. 수월관음도는 금실과 가는 실들을 사용해 주로 색채 배합을 위한 자련수(刺練繡) 자수 침법으로 제작합니다. 자련수는 땀 새가 장단으로 교차하게 수놓아 명암을 살리고 자연스러운 변화를 표현하는 데 이용하는 자수의 한 방법입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그는 마침내 1988년 본래 유물과 다른 자색 견(絹)직물에 상고 시대 자수 기법으로 천수국수장의 재현품을 완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현재 문화재청에 소장돼 있습니다. 그 후 연구를 진전하며 그 기술이 유실돼 복원할 수 없었던 바탕 직물을 제직(製織)해 비로소 원본에 가깝게 복원 제작해냈습니다.
이 직물의 공예 기법은 매우 복잡해 한·중·일 3국에서 모두 유실됐으나 김 박사님이 날실4올꼬임라(사경교라, 四經絞 羅), 날실2올꼬임라(이경교라,二經絞羅) 등 두 가지 결구(結構)를 동시에 직조하는 수직기(手織機)로 문라 제직 원형 기술을 복원해 마침내 능문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전라도에서 채집한 3년산 자초 뿌리로 염액을 내어 여러 빛깔의 자색으로 물들였습니다.
김 박사님은 지난해 어머니인 동시에 존경하는 스승인 고인을 여의었습니다.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인이 원하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기에 용기를 내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김 박사님은 올해 큰 계획을 준비 중입니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당신이 일평생 전통자수 연구를 위해 사재를 털어 모은 귀중한 유물과 정성껏 만든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한상수 자수박물관'을 개관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김 박사님의 말에서 소멸해 버릴 뻔한 조상의 얼을 되살려낸 어머니와 딸, 그리고 손녀에 이르는 3대의 숭고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