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해외여행 안전 어떻게?

등록 2017-02-07 09: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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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 25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1.27~30)를 이용해 해외로 출국하려는 인파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7.0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 1월12일 오후 6시20분께 타이완에서 택시 관광을 하던 한국인 여대생 두 명이 택시기사가 건넨 요구르트를 마신 뒤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피해 여대생, 타이완 경찰당국 등에 따르면 피해 여대생 등 일행 세 명은 잔(詹)모씨가 모는 택시를 타고 타이베이의 관광명소인 스린 야시장으로 향했다.

 이동 중 잔씨가 준 요구르트를 다 마신 뒷좌석 두 명은 곧 잠이 들었고, 조금만 마신 한 명은 야시장에서 내려 홀로 1시간 동안 쇼핑을 했다.

 그 사이 잔씨는 차를 한적한 곳으로 옮긴 뒤 잠든 두 사람을 성폭행했다. 피해 여대생들은 성폭행 의혹을 포털사이트 내 ‘즐거운 대만여행’ 카페에 올려 의견을 들은 뒤 타이완 경찰에 신고했다. 타이완 경찰은 CCTV(폐쇄회로TV) 등을 통해 잔씨의 범행을 확인하고 구속했다. 잔씨는 경찰에서 주사기를 이용해 요구르트에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고 자백했다.

 이 사건으로 지난 2013년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에 등장한 이후 비교적 물가가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데다 안전하기까지 해 국내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자유여행의 천국’으로 사랑받던 타이완 여행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나도 당했나? 증언 줄이어

 특히 잔씨 얼굴이 인터넷,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그간 잔씨의 택시를 타고 타이완을 여행한 여성들의 두려움과 안도감이 섞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글쓴이들은 잔씨를 생생하게 기억해내면서 “작년에 잔씨 택시를 탔는데 어쩐지 투어 마칠 때 쯤 엄청 어지러웠다. 너무 날씨가 더워서 탈수인 줄 알았다” “작년 5월께 잔씨 택시로 투어를 했다. 잔씨가 투어를 하면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계속 줬다.음료수도 줬는데 맛이 없어서 몇 모금 마시고 버렸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출발해 한 시간 가량 이동했는데 참기 힘들 정도로 졸음이 왔다. 도착해서 내리려니 굉장히 어지러웠다” 등 자신의 경험담을 적었다.

 만일 이 글들이 사실이라면 잔씨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범행을 시도했을 것이고 드러나지 않은 여죄가 있을 가능성도 크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택시투어는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고 타이완을 자유 여행하는 젊은 층 사이애서 매우 인기있는 여행 방법이다.

 하루 12만~13만원으로 최대 4명이 유명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다. 1인 3만~4만원 정도로 부담이 적은 데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기 힘든 관광지들을 둘러볼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정식 인가를 받은 검증된 업체도 있으나 미인가 업체도 판을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 자유여행 상품을 이용한다면 해당 여행사와 계약한 정식 인가 업체를 이용하게 되지만, 여행 카페 등을 이용해 항공권부터 숙소·관광까지 모두 자유롭게 여행하는 젊은 층은 조금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업체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미인가 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잔씨 역시 미인가 업체 소속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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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 여성 성폭행 사건을 소개한 대만 방송.  (사진=방송화면 캡쳐)
 특히 타이완은 강력범죄 전과자도 얼마든지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어 택시관광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사 콜센터’ 핫라인 유명무실

 자유여행을 떠난 한국인 관광객, 특히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다. 절도 사건은 흔하고 강도, 폭력, 성폭력 사건도 심심찮게 터진다.

 국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이 매년 2000만 명에 달하는 양적 증가 못잖게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인, 특히 한국 여성을 선망하는 외국인 남성이 부쩍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처다. 흔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으나 이는 외국인을 국내로 여행 오게 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곳이지 현지에 여행을 간 내국인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다. 결국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이 그 역할을 맡게 되는데 제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 피해 여대생들은 사건 발생 초기 타이베이 주재 한국대표부의 도움을 전혀 못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대생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자 한국대표부 측은 “신고 여부는 알아서 하고 신고를 결정하면 알려 달라”고 했을 뿐이다. 심지어 피해 여대생은 한국대표부 직원이 “자는 데 이 시간에 왜 전화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주장할 정도다.

 지난 2015년 11월 감사원에서 영사 핫라인 운영 실태를 확인할 결과 149개 공관 중 42개 공관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잘못된 번호를 기재해 놓는 등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해외여행을 가서 휴대전화를 켰을 때 외교부가 문자로 알려오는 ‘위급할 때 영사 콜센터로 연락하라’는 알림이 결국 허튼 말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에 유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해외여행을 떠난 내국인 관광객의 안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그런 부분이 도외시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면서 “안전을 여행객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한다면 일단 공신력 있는 여행사를 이용하고, 가능하면 위험 지역이나 시간대 여행을 피해야 한다. 또한 유사 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자신의 핫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땅한 곳이 없다면 이용객이 아니더라도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국내 대형 여행사 현지 사무소 등에 도움을 청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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