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더 킹'을 보며 대통령의 덕목을 생각하다

등록 2017-02-07 09:25:04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남자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장래 희망으로 ‘대통령’을 꼽아본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그 장래희망이 얼마나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고, 어느 정도 허황한 것인가를 깨닫고 만다. 그래서 조금씩 장래희망의 높이를 낮추고 크기를 줄여간다. 대통령이 ‘장관’이 되고, 장관이 ‘판·검사’가 되더니 판·검사가 ‘7급·9급 공무원’이 되는 식이다. 물론 그 사이 ‘의사’ ‘교수’ ‘과학자’ ‘선생님’처럼 전혀 다른 장래희망을 바라보게 되는 사람도 있고, ‘운동선수’ ‘연예인’ ‘프로게이머’처럼 시대 변화에 따라 각광받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택하는 경우도 많다.

 비록 ‘5년 시한부’이고, 국민 절반에게는 존중받지 못 하는 대통령이지만, 그 자리를 일찌감치 포기한 남자들도 자기 직업에선 거의 모두 대통령을 넘어 ‘왕’같은 위치에 서고 싶어 한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자 원초적인 권력욕이다.

 지난 1월18일 개봉한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의 주인공 ‘박태수’(조인성)나 ‘한강식’(정우성)은 물론 ‘최두일’(류준열)도 마찬가지다. 물론 박태수와 한강식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을 통과한 뒤 사법연수원 성적까지 좋아 검사까지 된 사람들이다. 야간 고교를 다닐 정도로 공부를 잘하지 못 한 두일은 결
국 폭력 조직 ‘목포 들개파’의 행동대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직업에서 왕이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더킹은 이렇듯 권력의지를 가진 사내들의 이야기다.

 줄거리는 이렇다. “학창 시절 싸움은 일등이었지만 이렇다 할 장래희망이 없던 태수는 양아치였던 아버지가 젊은 검사에게 찍소리도 못 한 채 얻어맞는 것을 본다. 이를 계기로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어 공부에 매진한 그는 마침내 그 꿈을 이룬다. 그에게는 어쩌면 그 자리가 대통령보다 더 바랐던 장래희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지방 검찰지청에 발령을 받아 산더미 같은, 그러나 너무 작은 사건들에 치이며 권력에의 꿈을 포기해가던 어느날, 태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 부장검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와 인연을 맺은 태수는 그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다 맞게 된 정권 교체기. 중요하고도 위험한 때를 맞아 지금까지의 판을 버리고 새로운 판을 짜며 권력을 이어가려는 이들 앞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친다.”

 영화가 1980년대 후반 전두환 군사정권 시대 대학가 민주화 운동부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20년 남짓한 시대를 다룬다. 그렇지만 영화 속 이야기가 다 사실이라고는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내가 살기 위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내던 우리 편이라도 철저히 배신하며, 살아남고 일어서기 위해서 강자의 그 어디라도 핥아줄 것처럼 아부한다. 영화가 무려 134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며 보여주는 이런 행태들이 마치 사실같다. 시나리오가 좋아서일까,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서일까.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마디 한마디가 실제처럼 받아들여진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대체 무엇일까. ‘권력무상’ ‘인과응보’ ‘사필귀정’…. 글쎄다. 영화에서 태수가 결말을 관객에게 맡겼듯이 교훈 역시 관객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든, 어느 직업군의 왕이든 그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모습은 영화 속 그런 모습들과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