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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딥워터 호라이즌, 영웅은 누구나 될 수 있다

등록 2017-02-05 13:20:43   최종수정 2017-02-07 10: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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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딥워터 호라이즌'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극한 상황, 그것도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면 누구나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그를 거의 모든 사람이 비난하기 마련인데, 만일 "당신이 그 처지여도 모두의 비난을 받는
저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그 누구도 섣불리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런 극한 상황에서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행동한 사람을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떠받드는 것이 그런 자기 자신의 실체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초개처럼 버릴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 대리 만족이라도 하겠다는 생각에서 그럴 수도 있다.

 사실 실제 사건이 아닌, 허구 속에서 모두의 귀감이 될 만한 영웅을 만들어내기는 쉽고 간단하다.

 지구 멸망을 눈앞에 두고 공격해온 외계인 우주선을 향해 핵폭탄을 실은 채 자살 공격을 감행하는 파일럿이나 좀처럼 잡히지 않는 대형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설치한 폭탄을 점화하기 위해 죽을 것을 알면서 혼자 남는 소방관 등 재난 영화에서 등장하는 영웅들….

 허구임을 너무도 잘 알지만, 비장한 백 음악과 장시간 클로즈업으로 애써 치장하지 않아도 감동적이다.

 만일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재난이 100% 허구도,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다 가공한 것도 아니라 그야말로 ‘리얼'이라면 어떨까. 실제로도 관객에게 허구 속 영웅처럼 감동을 주고, 그런 재난 와중에서 이기적일 가능성이 큰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 진짜 영웅은 존재할까.

 지난달 25일 개봉한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딥워터 호라이즌'(감독 피터 버그)이 바로 그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다.

 2010년 4월20일 오후 9시56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앞바다 멕시코만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에서 일어난 초대형 해양 재난 사고를 극화한 이 영화는 시작할 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명시해 리얼임을 알리고, 끝난 뒤 등장인물들의 현실 속 실제 사진과 사건 관련 청문회 영상 등을 공개해 영화가 허구도, 일부분 모티브도 아닌 리얼임을 재차 확인시킨다.

 줄거리는 이렇다.

 "무리한 작업량과 소홀한 안전 점검으로 인해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시한폭탄 같은 상태에 놓인다. 총 책임자 '지미'(커트 러셀)와 엔지니어 팀장 '마이크'(마크 월버그)가 계속 문제를 제기하지만, 본사 측 관리자 '돈'(존 말코비치)은 일정과 비용을 이유로 이를 묵살한 채 작업을 강행한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한 직후 시추관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나 재앙은 이미 시작한 뒤였다.

 거대한 화염과 가공할 폭발이 딥워터 호라이즌호를 강타한다. 근무자 120여 명은 멈출 줄 모르는 불길과 곳곳에서 연이어 터지는 폭발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딥워터 호라이즌호에도 사고 시 근무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구명정은 여러 척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화재와 폭발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데다 정전으로 칠흑 같은 어둠에 묻혀 구명정까지 무사히 간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그날 그들은 모두 자신의 역할을 했다.

 지미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으나 굴하지 않은 채 부하 직원들을 이끌었고, 마이크는 남보다 빨리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으나 이를 마다하고 동료들을 구했다. 항해사는 항해사로서, 굴착반원은 굴착반원으로서, 크레인 운전사는 크레인 운전사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료들을 지켰다.

 폭발 당시 불기둥이 24층 높이(약 72m)까지 치솟고, 50여 일간 원유 총 7억7800여 만 리터가 바다로 흘러나와 역사상 최악의 해양 석유 유출 사고라는 오명을 남긴 이날 사고 당시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사람이 몇 명인지 아는가.

 영화 말미에 숨진 사람들 명단이 공개될 때 관객은 모두 놀라게 된다.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정말 적어서다. 그리고 그 비결은 솔직히 아주 간단했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우리는 왜 그러지 못 했을까. 화재나 폭발이 일어났던 것도 칠흑 같은 밤도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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