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D-365③]불모지 '썰매·설상', 기적에 도전한다
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서 금 26개, 은 17개, 동메달 10개로 총 5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2010 밴쿠버 대회에서는 금 6개, 은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에 올랐다. 그러나 메달 모두가 빙상에 편중됐다. 쇼트트랙이 42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이 각각 9개, 2개다. 썰매와 설상 종목에서는 메달은 커녕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썰매는 변변한 슬라이딩 센터 하나 없어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평창 대회를 앞두고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 결과 유럽과 미국의 전유물이었던 이들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반란을 꿈꾸는 한국 썰매, 아시아 첫 메달 기대 평창 대회를 1년 앞둔 시점에서 한국 썰매는 빙상 외에 가장 메달에 근접한 종목으로 꼽힌다. 이번 시즌 국제대회에서 눈부신 질주를 이어가며 정상급 기량을 구축했다.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도BS경기연맹)는 지난해 2015~2016 월드컵 5차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시즌에는 월드컵 대회에서 동메달 1개에 그치고 있지만 최근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국산 썰매를 타기 시작하며 평창을 정조준하고 있다. 월드컵 7차 대회에서 국산 썰매를 처음 시험했고, 11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조에 어울리지 않은 성적표지만 첫 국산 썰매를 실전 테스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봅슬레이 파일럿 원윤종은 "(평창 올림픽때까지) 성적을 유지하도록 하겠다. 그러다 보면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고, 개선하면서 조금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1년 남았으니 보완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상승세만 놓고 보면 스켈레톤의 윤성빈(23·한국체대)이 메달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기량이 급성장했다. 이 종목 '절대 강자'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다투는 경지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3, 4차 대회에서 5위로 주춤했지만 이후 3개 대회 연속 메달권에 들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썰매 종목은 대회 코스를 많이 타보는 것이 기록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남은 기간 홈 트랙의 이점을 살려 코스 적응력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 메달권 진입은 물론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 윤성빈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홈 이점을 살리려면 평창 트랙에서 많이 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평창 트랙에서 훈련을 한 덕분에 올 시즌을 앞두고도 썰매 타는 감각을 빨리 되찾고 레이스에 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세계와 격차 줄이기 나선 설상, 다양성을 더하다 한국은 설상 종목의 불모지로 통한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를 시작으로 2014년 소치 대회까지 총 17번의 대회에서 설상 종목 선수가 입상은 커녕 상위권에 근접했던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한국 알파인 스키의 간판주자인 정동현(29·대한스키협회)은 톱10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정동현은 지난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 남자 회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가장 좋은 14위에 올랐다. 연습 때는 발군의 기량을 뽐내면서도 정작 본 무대에 서면 실수를 범했던 정동현은 이 대회를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 2년 전 무릎 십자인대 수술로 생긴 두려움을 떨쳐낸 것도 수확 중 하나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정상급 선수들과 대결해 격차를 줄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알파인 스키 스피드팀의 막내 김동우(22·대한스키협회)에게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김동우는 지난달 미국 콜로라도주 아스펜의 하이랜드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레이스 남자 활강에서 1분15초45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여자 활강에서 이현지(23·단국대)가 캐나다 나키스카 FIS 레이스 동메달을 딴 적이 있지만, 한국 남자 선수가 국제대회 활강에서 입상권에 진입한 것은 김동우가 최초다. 고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김동우는 아쉽게 2014년 소치 대회 출전권을 놓쳤지만 이후 꾸준히 기록을 단축한 끝에 국내에서 경쟁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스노보드에서는 이상호(21·한국체대)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유년 시절 고랭지 배추밭을 개조한 곳에서 스노보드를 처음 접한 이상호는 지난달 이탈리아 카레차에서 진행된 FIS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4위를 차지하며 설상 종목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스노보드가 다른 종목에 비해 홈 이점이 확실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상 첫 입상권 진입도 불가능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상호는 "현실적으로 메달을 꿈꿀 수 있게 됐다"면서 1년 뒤 시상대 위에 설 본인의 모습을 그렸다. 크로스컨트리에서는 김마그너스(19)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마그너스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013년부터는 노르웨이 선수권 크로스컨트리 연령별 대회 3년 연속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4월 "평창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일념으로 한국 국적을 선택한 김마그너스는 지난해 2월 릴레함메르 동계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며 진가를 입증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