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트럼프 행정부 '보호주의' 파고 넘을까
미국 무역대표부, 한미 FTA로 미국 무역 적자 2배 이상 늘어 정부, 재협상 대비해 대미 무역수지 적자 줄이고 기업 투자 유도 【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발효된 지 5년을 맞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보호주의 파고를 만나면서 흔들리고 있다. 막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로 인해 '나쁜 무역협정'으로 몰리면서 재협상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몇 달 안에 나쁜 무역협정에 대해 재협상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재협상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지난 1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485억 달러로 5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막대한 무역 적자를 안긴 국가는 중국(313억 달러, 일본(54억7000만 달러), 독일(48억8000만 달러), 한국(25억8000만 달러) 순이었다. 앞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17 무역정책 의제와 2016 연례 보고서’에서 한미 FTA와 관련, "전임 버락 오바바 행정부 때 시행된 가장 큰 무역 협정"이라면서 "한미 FTA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했다. 보고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으로 수출된 미국 상품의 총 가치는 12억 달러 감소한 반면 미국의 한국 제품 수입은 13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며 "그 결과 한국과의 상품 무역 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인들이 기대하는 결과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의 이유로 지적된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이기 위해 셰일가스 도입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한편, 자동차와 항공기 등 제조업 분야 수입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한미 FTA 5주년을 맞아 자료를 내고 "한미 FTA 이후 미국 내 한국기업들은 1만 개 이상의 고용을 창출했으며 2014년 현재 4만5100명을 고용 중"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기업들이 제공하는 평균임금은 연간 9만 2000만 달러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투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도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가전,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제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메이드 인 USA'에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LG전자 투자 조인식에 참석한 후 빌 하슬람 주지사와 만나 "LG전자와 같은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공고한 협력 환경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재협상에 대비해 차분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까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임기 중에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유에서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쟁점은 임기 중에 반드시 실행으로 옮겨진다는 전제 하에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도 "선제적 예방조치의 중요성을 과도하게 의식한 대응은 우리가 스스로 트럼프의 표적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