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가정의 달 공동 기획]두 평 컨테이너서 사는 열두 살 희준이
컨테이너 밖 세상에는 봄이 왔다지만, 소녀에게 봄은 아직입니다. 비좁고 어두운 컨테이너 안, 한 점도 없는 빛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간절합니다. 소녀의 미소만이 어두운 그늘을 걷어냅니다. 그대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더하거나 덜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합니다. 단언하건대, 버릇처럼 억지로 쥐어짠 슬픔을 떠안기는 것을 경계합니다. 어설픈 동정이나 위로 따위로 소중한 아이들의 삶을 아무나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뉴시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려 합니다. 감히 한 점의 빛이 되려 합니다. # 엄마의 가출 열두 살 희준(가명)이는 아빠(53)와 함께 두 평 남짓 컨테이너에서 삽니다. 엄마는 희준이를 낳은 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가출했습니다. 지금껏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희준이는 엄마에 대한 기억도, 좋은 감정도 없습니다. 엄마를 찾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희준이는 처음 만난 사회복지사의 손을 덥석 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을 늘어놓습니다. 희준이는 제 또래보다 조숙하고, 몸집이 큰 편입니다. 하지만 생리대 사용법이나 속옷 착용법 등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집주인 할머니께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수술비 200만원…한 달 생활비 75만원 희준이의 아버지는 14년 전부터 컨테이너가 있는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젊었을 때는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허리디스크와 간 경화로 일을 할 수 없습니다. 3개월 이상 입원해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를 듣고도 선뜻 입원할 수 없습니다. 입원비도 입원비지만, 희준이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친하게 지낸 동네 이장에게 수술비를 200만원을 빌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비는 온전히 빚이 됐습니다. 잠깐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공장을 알아보고 있지만,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이 어려워 일거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희준이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도가 높아 간 경화로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홀로 남겨진 딸을 생각하며 늘 술을 줄이겠다고 다짐합니다. 희준이와 아버지는 75만원으로 한 달을 삽니다. # 창고에서 쫓겨나 컨테이너로
컨테이너 안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주인 할머니가 집에 계시는 경우에는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외출하신 경우나 밤에는 집 옆 공터에서 용변을 봅니다. 또한, 추운 겨울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는 일은 열두 살 소녀에게 벅찬 일입니다. 희준이는 일주일에 딱 한 번 씻습니다. 한여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더워 땀이 많이 나면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오거나 지역에 있는 목욕탕에 다녀옵니다.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는 김치와 젓갈 딱 두 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아버립니다. 고기도 과일도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지역 사회복지사들이 가져다주는 과자가 유일한 군것질입니다. 친구들도, 학교 선생님도 이런 어려운 희준이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그나마 오갈 데 없는 희준이와 희준이 아빠를 컨테이너에 살도록 받아주신 집주인 할머니가 겨울에는 방한 점퍼도 사주시고, 김치와 반찬 등도 나눠 주십니다. 할머니는 “여기 오지 않았으면 아빠가 매우 아프니 희준이가 보육원에 갔을지도 몰라”라고 말씀하십니다.
# 희준이의 꿈 요리사, 제빵사, 학교 선생님, 패션디자이너…. 희준이는 또래처럼 꿈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이런 희준이에게 꿈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나 봅니다. ‘어린이는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해로운 사회 환경과 위험으로부터 먼저 보호되어야 한다.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1957년 처음 제정된 이래 개정을 거쳐 공포된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입니다. 동화작가 강소천, 마해송, 방기환 등이 당시 아동 복리 법안을 기초하는 과정에서 보건사회부의 의뢰를 받아 처음 만들었습니다. 개정 전에는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 등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모든 어린이는 차별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니고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함을 지표로 삼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희준이와 희준이 아빠의 스스로 일어서기가 벅찹니다. 꿈 많은 열두 살 희준이가 끼니를 거르지 않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이웃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후원문의 및 일시후원계좌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031-965-8101 - 농협중앙회 790-127555-296-98 /예금주: 어린이재단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