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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에 바란다]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 '치중'…'소비자 권익'도 고려해야

등록 2017-05-11 06:30:00   최종수정 2017-05-16 09: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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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추석을 나흘 앞둔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제수용품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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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하 소비자들 대형마트 규제·전통시장 지원에 '반감'
역대 정권 "전통시장 꼭 살리겠다" 공약 결국 '공수표' 그쳐
온라인 성장세 속 오프라인 규제위주 정책 방향성에도 의문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새 정부에선 소상공인, 골목상권 보호 관련 공약에 따라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영업시간 단축·출점 억제 등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미 영업 제한 등의 규제와 지역 상인들과의 입점 갈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대선 공약의 실효성도 의문이라 업계 안팎에선 규제 일변 정책이 대형 유통기업은 물론 중소협력사들에게 끼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 권익은 논의에서 제외되다시피한 점 때문에 새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고려도 적극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입점규제뿐 아니라 백화점, 시내면세점까지 의무휴업일을 늘리는 등 영업규제 관련 법안들이 산적해 있다"면서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중소상공인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대형 쇼핑몰 규제로 전통시장 활성화나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 자체가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에선 최근 대선 시즌을 맞아 잇달아 내놓은 규제 관련 정책들에 대해 마땅히 문제제기할 창구가 없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공약들이 그대로 시행됐을 때 나올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업계의 목소리가 전달 될 수 있는 기회나 시간이 부족했다. 대선주자들은 당장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공약들을 내놓았던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 업계에선 새 정부 초기에 더욱 유통 규제에 대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쇠락의 길로 접어든 전통시장 경쟁력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이슈가 아니다. 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전통시장 활성화'는 역대 정부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한 정책이며, 역대 유력 대선주자들도 잇달아 전통시장을 방문, 한목소리로 "전통시장을 꼭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수표에 그쳤다.

 지난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통시장 지원에도 불구, 전통 시장의 매출액이 계속 감소함에 따라 그동안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과 지원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던 점도 전통시장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통시장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대형마트의 편리함에 익숙한 40대 이하 소비자들은 이같은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예산 지원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당장의 소비자 편의와 직결되는 대형마트 영업시간·일수 및 출점 규제에 대해선 그 효과와 타당성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하지만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등을 통해 시장상인들의 자생력을 제고해 생존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고용·안전망 차원에서의 예산지원 취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론을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말 산업연구원의 설문결과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체(SSM포함)를 '생필품 및 식재료'의 주된 구입 경로로 응답한 비율이 63.4%, 개인 중·소형 슈퍼마켓이 22.3% 였으며, 전통시장을 선택한 비율은 10.6%에 불과했다. 또 응답자의 86.2%는 전통시장의 주차공간, 매장 공간배치, 친절함, 청결함 등과 같은 전반적인 이용 편의에 대형마트에 비해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같은 구매패턴 속에 현행 월 2회의 대형마트 강제 휴무규제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게다가 과거 전통시장에서의 불쾌했던 소비 경험들을 떠올리며 '시장 자율'에 맡기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협상력과 편의성을 갖춘 마트와 단순 경쟁하기보다는 전통시장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위기의 전통시장을 구하는 선결과제"라며 "대형마트들도 소비침체와 온라인쇼핑몰의 성장세 속에 수년째 성장이 답보된 상태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규제 위주의 정책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공멸의 길로 이끌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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