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부자·전미선 "부모 자식사랑은 변함없어...10주년 롱런 비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같은 구(區)에 살아요. 조금 떨어진 곳에 내 (친)딸 대신에 딸 하나가 있다고 느껴져요. 미선이가 애교가 없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이 깊어요. 10년 가까이 제 딸 역을 맡았는데 다른 연기자와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수밖에요."(강부자) "제가 애교가 없어서 항상 마음에 걸려요. 표현도 잘 못하고, 항상 모자란 딸이 될 수밖에 없는데 항상 든든한 지원군 같은 선생님이시죠. (전미선이 무녀 역을 맡아 화제가 된) '해를 품은 달' 출연을 앞두고 고민할 때 대본을 들고 밤늦게 찾아가도 그냥 아무 말 없이 다 받아주셨어요."(전미선) 배우 강부자(76)와 전미선(46)이 또 모녀가 된다. 오는 1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극작 고혜정·연출 구태환)을 통해서다. 2009년 1월 초연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LA)·뉴욕을 포함 국내외 700회 이상 공연, 누적관객 62만명을 돌파하는 동안 두 사람은 약 8년 동안 친모녀 못지않는 정을 쌓아왔다.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정동에서 만난 강부자는 "부모와 지식의 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변화가 없어요. 모녀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요. 어렵지 않아요. 모두 똑같이 느끼고 감동하니까요"라고 말했다. 강부자는 시골에서 넉넉게 살지도, 많이 배우지도 못한 친정엄마가 본래 자신의 모습을 스케치하면 나오는 인물이라고 했다. "제게 맞는 역할이에요. 그 정도로 적역일 수 없죠. 무지렁이 엄마의 모습은 강부차처럼 그려져요. 하지만 엄마의 기본 마음은 똑같아요. 세련된 엄마라고 해도 자식의 죽음 앞에서 엄만의 모습은 같죠." 전미선은 "엄마(강부자)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식은 변해요. 공연을 하고는 이후 제대로 연락도 못 드렸죠. 그런 마음이 커진 상황에서 공연에 들어가면 아마 조금 더 표현할 것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어느새 팔순을 바라보는 강부자지만 여전히 활력이 넘친다. 하지만 여전히 폴더폰을 고집하고 전화번호는 외워서 건다. 전미선 번호 역시 이날 단숨에 외웠다. 강부자는 "여전히 문자를 못 봐요. 그런 것(디지털 기기)에 둔해서 그렇기도 하지만요. 하기가 싫어요. 옛날식으로 된짱찌개를 끓여 먹고 전화도 그냥 거는 게 낫지. 그래서 연극이 좋아요. 요즘 현재와 과거를 왔다갔다하는 드라마는 할머니들이 보기 힘들어하잖아요?"라며 웃었다. 각종 TV드라마로 얼굴을 알린 강부자지만 연극에도 잔뼈가 굵다. 1962년 KBS 2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녀는 같은 해 10월 연극계 대부 차범석(1926~2006)이 대표로 있던 극단 산하의 연극 '청기와집'(차범석 작)에서 주연인 대가댁 마님 역을 맡은 이후 꾸준히 연극에 나왔다.
"'오구'는 여전히 각 지방에서 공연장이 개관 할 때마다 지신밟기(집 터에 머물러 있는 지신(地神)을 달래어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액운을 제거하는 의식)을 해주는 공연으로 인기가 좋죠." 강부자는 요즘 TV활동이 뜸하다.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없이 혼자 활동 중인 그는 "매니저가 있으면 미선이가 출연하는 드라마를 미리 알아봐서 함께 출연할 텐데 그게 아쉽다"며 실제 딸 못지않은 연극 속 딸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드러냈다. 아들이 두 살 때부터 이 연극에 출연한 전미선은 아들을 종종 공연장으로 데려와 강부자가 진짜 할머니처럼 됐다. 실제로 강부자의 집에 전미선의 아들이 놀러가기도 했는데 배우 이묵원을 보더니 "할머니 집에 다른 할아버지가 있다"고 놀라워했다는 후문. '친정엄마와 2박3일' 속 강부자의 남편 역은 다른 배우들이 맡았기 때문이다. 강부자는 "미선이 아들은 한 뿌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넉넉한 '할미 미소'를 보였다. 공연은 28일까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