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빈의 클로즈업 Film]거장의 균형…'에이리언:커버넌트'
2104년('에이리언'의 배경은 2122년, 프리퀄 '프로메테우스'(2012)의 시점은 2093년), 웨이랜드사(社)의 우주선 커버넌트호는 인간이 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 어느 행성에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떠난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예정보다 일찍 동면에서 깨어난 선원들은 알 수 없는 소리 신호에 이끌려 원래 목적지가 아닌 곳에 착륙하고, 소리의 발생지를 찾아나섰다가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마주한다. 이 생명체에게 선원 일부가 희생된 커버넌트호 대원들은 사력을 다해 도망가다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 목숨을 구한다. 전작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의 근원'이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산만해진 작품이라면,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이를 타산지석 삼아 앞선 두 작품의 장점을 고루 취하는 시도를 한다. 우주 여행 중 미지의 생명체를 맞닥뜨린다는 이 시리즈의 골격은 유지한 채 1979년의 장르적 재미(SF·호러·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한)와 2012년의 철학적 흥미를 버무려 균형을 잡았다. 여기에 흥행을 충분히 고려한 듯한 대중오락영화적 요소들(특히 클라이맥스 액션 장면) 또한 첨가해 관객을 다양한 방향에서 공략한다.
전작들을 봤을 때 즐길 거리가 더 많은 작품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대중영화로서 충분한 역할을 한다. 스콧 감독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관객을 영화 안으로 단번에 빨아들이는 영화적 마법을 선사한다. 할리우드 자본으로만 표현 가능한 우주 모습과 미래 기술을 시각화한 장면들 또한 관객의 눈을 잡아둘 만한 요소들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즐겨 쓰는 클리셰 가득한 액션과 '에이리언' 시리즈 특유의 사람 몸을 뚫고 나오는 에이리언 탄생 시퀀스는 각각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단점들을 만회해주는 건 마이클 패스벤더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다. A.I인 '월터'와 '데이비드'를 1인2역한 패스벤더는 상반된 두 캐릭터를 미묘한 눈빛 차이와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일반적인 1인2역이 외모 차이를 바탕에 둔 것이라면 패스벤더의 그것은 외양이 같은 상태에서 온전히 성격 구분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 뛰어나다. '에이리언'에 시거니 위버가 있었다면, '에이리언:커버넌트'에는 패스벤더가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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