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념’이 삼킨 11살 연서의 ‘꿈’

◇뉴시스-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가정의 달 공동 기획 두 번째 이야기

 '꿈'보다 '단념'을 먼저 배운 아이,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세요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어린아이답지 않은 소녀가 있습니다. 단념을 먼저 배운 소녀는 그저 모든 것을 참아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화가와 발레리나. 11살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미래입니다. 하지만 이 소녀는 그저 상상하고, 쉽게 단념합니다. 아니, 먼저 단념해야 합니다. 단념이 익숙한 소녀에게 꿈은 사치이기 때문입니다

 꿈꾸는 법보다 단념하는 법을 먼저 배운 소녀는 입을 굳게 닫습니다. 마음의 문도 닫아버렸습니다. 소녀의 아빠는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는 너무 어릴 적 아무 말 없이 떠나버려 소녀는 기억조차 하지 못 합니다. 남은 혈육인 증조할머니와 중학생 언니는 소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렇게 소녀는 스스로 마음의 문까지 걸어 잠급니다. 마음의 문을 열 열쇠를 영영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애써 꿈을 외면하는 소녀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망설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소녀는 하얀 도화지 위에서 한참이나 머뭇거립니다. 반듯하면서도 절박한 선을 따라 마주한 것은 ‘망설임’과 ‘두려움’이었습니다.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게 소녀의 잘못일까요.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뉴시스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이 소녀가 망설임과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탭니다. <편집자 주>


 # 11살 연서는 증조할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연서(가명) 아빠는 연서가 어렸을 때 뇌종양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고통을 호소하고, 화를 냈습니다. 소녀는 무서웠습니다. 소녀를 감싸 안아줘야 할 엄마는 뇌종양을 앓는 아빠를 외면한 채 집을 나갔고, 그 길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연서는 아빠가 돌아가신 뒤 언니와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그것도 잠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혼과 할아버지의 재혼, 새 할머니의 병환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증조할머니에게 맡겨졌습니다.

 연서의 증조할머니는 혈압이 높고 관절이 좋지 않은 데다 심장질환으로 시술도 받았습니다. 현재 심장질환약을 복용하고 있고, 혈액 순환제와 연골주사를 정기적으로 맞고 있습니다.

 증조할머니는 소득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녀들이 있어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아닙니다. 기초 노령연금 20만원과 아이들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계비가 전부입니다. 그나마 친인척 위탁가정으로 인정돼 LH 전세주택지원을 받아 마련한 10평 남짓한 빌라가 연서의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연서와 언니는 각각 초등학교 4학년, 중학생입니다. 학업 지원이 필요한 시기인데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습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증조할머니와 세대 차이가 크게 나다 보니 대화할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위탁가정은 총 11077세대, 아동 수 1만4385명이며 친인척 위탁가정은 3089세대, 3816명에 이릅니다.

 소녀가 마음의 문을 닫지 않도록, 또 그동안 꿔왔던 꿈을 접지 않을 수 있도록 주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후원문의 및 일시후원계좌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031-965-8101
- 농협중앙회 790-127555-296-98 /예금주: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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