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인가 독인가? 술 마시는 사회③]음주의 사회적 비용

등록 2017-05-30 14: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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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충북지방경찰청이 음주운전을 뿌리 뽑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10시부터 17일 오전 1시까지 충북 청주시 산남동 일대에서 '그물망'식 음주 단속을 펼치고 있다. 2017.03.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환 이인준 기자 = #. 메이저리거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되면서 빅리그 복귀는 물론 선수 생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종문)는 지난 18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정호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2일 새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술에 취재 자신의 BMW 승용차를 몰고 숙소인 호텔로 향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다.

 당시 강정호는 혈중알코올농도 0.084%로 면허정지 수준이었으며, 충돌 당시 파편 등이 주변 차량에 튀면서 피해를 주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경찰 진술에서 동승한 친구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허위 진술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강정호를 벌금 1500만원에 약속 기소했지만, 법원은 음주운전 전력 등으로 약식명령이 적절치 않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로 취업비자 발급이 거부돼 소속팀 피츠버그 합류가 불발됐다. 이에 강정호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 했다.

 #. 50대 초반의 대기업 K모 이사는 최근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성공 가도를 달려오며 대표이사까지 꿈꿨으나 엉뚱한 데 발목을 잡혔다.

 '두주불사' '깡술' 등을 미덕으로 내세워 현장을 누볐다. 오너에게는 총애를, 신입사원에게는 존경을 받았다. 거래처의 신뢰도 쌓았다. 그런 그도 병마까지 자기편으로 만들지는 못 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으나 완쾌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도, 가족도 잘 안다. 그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줄 뿐이라는 것을 서로 모르는 척할 따름이다.  

 술이 해롭다는 것을 머리는 알았지만 마음이 외면했고 그 사이 몸은 지쳐만 갔다. 그는 그것을 모두 '일이 바빠 쉬지 못 해 그렇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운동하면 된다"고 자위했다.

 음주가 일하는데 필요한 것이지만, 필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는데 왜 절제하지 않았는지 지금에서야 후회할 뿐이다.

 주위에서도 그의 발병 사실을 알고 나서 "술을 말렸어야 했는데…"라고 땅을 치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아니 이를 알고도 다들 '업무'와 '사교', 심지어 '직장인의 숙명'을 핑계 삼아 오늘도 술을 마시러 간다.

◇5년간 음주운전 사고 13만여 건 발생…사망 3400여 명

 강정호가 항소하면서 내세웠던 것은 '메이저리그에서의 활동'이다. 징역형이 유지되는 한 취업자 갱신은 불가능해져 메이저리그에서의 선수경력이 끝나 버릴지 모른다는 주장이었다.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형량이 낮춰질 경우 비자 발급 절차를 밟아 소속팀에 복귀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음주운전이 이미 세 번째이고,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저질렀다는 사실이 치명적이었다.  

 이로 인해 강정호 개인이 입게 된 손실이 가장 크겠으나 한국 프로야구계, 더 나아가 한국이 입게 된 피해도 적잖다. 뛰어난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잃게 된 것부터 국가적인 이미지 손실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도 엄청나다.

 그런데도 강정호가 받은 처벌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국민이 절대다수인 것은 음주운전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의 규모가 너무 커서 일벌백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실제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모두 13만2500여 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3400여 명이 사망했고,  23만800여 명이 부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만799명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 또 8만9666명은 면허가 정지됐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된 뒤 재범으로 취소된 건수는 3만3784건에 달했다.

 최 의원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조5000억 원을 넘고 있어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인 위험·고위험 음주율 15.6%

 술 마시는 사회가 감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음주운전뿐만 아니다. 국민 건강 문제다.

 지난해 9월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보건 이슈&포커스' 최근호 '위험·고위험 음주의 질병 비용 및 중독·자살 사망 비용' 보고서는 지난 2013년 기준 '위험·고위험 음주로 인한 질병 비용과 중독·자살 사망'으로 연 6조1761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위험·고위험 음주는 '폭음(남성은 소주 7잔, 여성은 5잔)하는 경우가 주 2회 이상 있는 경우'를 말한다. 고위험 음주율은 '폭음하는 술자리가 주 4회 이상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의 위험·고위험 음주율은 15.6%(남성 22.5%, 여성 7.2%) 수준이다.

 이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의료비, 간접비 등 질병 비용이 가장 많은 4조6394억원을 차지했고, 위험·고위험 음주 중독 사망 비용(3657억원), 위험·고위험 음주 자살 사망 비용(1조169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고위험 음주의 위험성은 취약계층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같은 해 의료급여 수급자 중 위험·고위험 음주로 인한 진료비는 2181억 원인데 전체 위험·고위험 음주자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8201억원의 26.6%로 분석됐다.

 이는 건강보험 진료비(50조 9552억원) 대비 전체 의료급여 수급자 진료비(5조 3041억원)가 10.4%인 점을 감안하면 취약계층의 위험·고위험 음주가 상대적으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크다는 의미다.  

 정영호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알코올을 건강과 사회에 폐해를 일으키는 종합적인 규제의 대상인 공공정책(public policy)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미흡하다"며 "알코올의 폐해를 감소시키고 공중보건과 사회적 안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알코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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