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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①]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할 것"

등록 2017-06-07 08:44:09   최종수정 2017-06-30 08: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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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이 2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도시재생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도시 재생은 완결 시점이 없습니다. 도시가 그 지역에 있는 한,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사는 한 끊임없이 진화해 나가는 게 도시 재생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매년 10조원씩 총 5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정작 도시 재생이 무엇인지, 어떤 사업인지, 어디에 재원이 투입돼야 하는지에 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지난 2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도시재생 뉴딜 공약에 대해 쉽지 않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본부장은 "어떤 사람들은 도시 재생을 한다고 하면 비포 앤 애프터(Before&After)가 사진 한 장으로 볼 수 있도록 확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도시재생은 한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참고, 인내하면서 해나가야 나중에 성과가 나오는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진 본부장은 도시재생이 박수 받을 사업이 아니라고 했다. 검찰 개혁이나 인사 탕평책 등은 가시적이고 바로 효과가 나지만 도시재생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 본부장은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시작되기도 전인 2008년 도시관리과장을 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했다. 당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라는 사업을 통해 도시재생에 첫발을 뗐다.

 그는 "4개의 마을을 대상으로 정책 사업을 했는데 그 중 강동구 서원 마을이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라면서 "단독주택이 많은 지역이었는데 주민들과 공동체를 만들면서 담장 허물기 사업을 하면서 마을을 꾸몄다"고 말했다.

 담장을 허물자 집이 외부에 드러나니 주민들은 집을 가꿀 수밖에 없었다. 서로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시에서는 골목길을 정비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라 3층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었지만 주민들 스스로가 햇볕을 가린다는 이유로 주민투표를 통해 2층으로 제한했다.

 특히 서원 마을의 경우는 마을 공동 자산을 만들어 그곳을 공판장으로 사용해 수익을 냈다. 그렇게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다가 '휴먼 타운' 사업으로 발전했고 국토교통부에서 법 개정을 하면서 휴먼타운 사업이 중앙 관리 사업으로 들어가 도시재생의 기틀이 됐다.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을 시작한 것은 2011년 10월 27일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박 시장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뉴타운 재개발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 되면서 뉴타운 사업에 지정만 되면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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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이 2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도시재생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07. [email protected]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면서 뉴타운 사업도 작동을 멈췄다.

 진 본부장은 "뉴타운 재개발은 장점도 있지만 기존의 역사를 전부 쓸어버린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서울이 600년, 1000년의 도시라고 하는데 뉴타운 사업은 도시의 흔적을 지우고 아파트가 압도하는 획일화된 경관만 남겼다"고 말했다.

 특히 뉴타운은 개발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는 내몰리고 쫓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서울시는 뉴타운 재개발을 수습하면서 도시재생을 새로운 해결책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을 기점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그중 하나가 한양도성 주변 성곽의 22개 외곽마을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장수마을, 이화마을을 비롯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1급 조직에 2급 기획관 2명, 9개과, 1개 추진반으로 구성된 210명 규모의 도시재생본부를 운영 중이다. 2015년 1월 출범했다. 3년째에 접어든 지금 서울시의 노하우와 문재인 새 정부와 힘을 합쳐져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DNA를 전파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도시재생의 사업 중 가장 크게 공들이고 있는 것은 '서울로 7017'과 '세운상가'다. 서울로의 경우 개장 12일 만에 10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갈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진 본부장은 "그동안 서울시가 자동차 중심의 도시였다면 그것을 보행 중심, 사람 중심의 도시로 바꾼 것이 서울로다"라면서 "예전에는 철도로 단절되면서 동서 간의 불균형이 심했지만 서울로가 개통되면서 서쪽의 서계동, 만리동도 사람이 늘고 있고, 중림동은 도시재생이 본격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로 개장이 끝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시작이라고 했다. 서울로가 동서간의 막힌 혈맥을 뚫어주면서 보행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주요 가로(街路)로 연결이 되고, 이 가로는 또 지역 가로로 연결되고, 지역 가로는 골목길로 이어진다.

 마치 피가 동맥을 지나 큰 핏줄기로 갔다가 작은 핏줄기로 흘러가고 모세혈관으로 퍼져나가듯 서울로가 혈맥이 돼 중림동, 서계, 회현, 남대문, 서울역 등 200만 평방미터나 되는 곳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는 설명이다.

 서울로가 동서의 길을 뚫어줬다면 세운상가 재생 사업은 남북의 끊어진 보행로를 이어주는 사업이다. 올해 8월 1단계 사업을 완공하고 2019년까지 2단계 사업을 마칠 계획이다.

 세운상가는 1969년 완공된 상가로 서울의 대표적인 주상복합 건물이었지만 80년대에 강남이 개발되고 90년대에 용산 전자상가가 들어서면서 상권을 빼앗긴 뒤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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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이 2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도시재생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07. [email protected]
한때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세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서울시는 역사적 기억을 송두리째 없애는 것이라는 판단 하에 도시재생을 하기로 결정했다.

 진 본부장은 "세운상가 일대에 4000여 사업장이 있는데 전자, 전기, 음향, 조명, 기계 조립 등 종사자만 2만명이 넘는다"면서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하면서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이 많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과 함께 드론, 인공지능, 3D프린터 등 신사업을 접목해 4차 산업 혁명 기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고가와 같은 경제 기반형, 세운상가와 같은 중심지형 도시재생 이외에도 창신 숭인, 해방촌, 행촌 성곽마을 등 주거형 도시 재생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해방촌의 경우는 빈집이 절반 이상 차지했지만 젊은이들이 모이면서 예술과 젊음을 담아내는 신흥 시장으로 변모했다. 행촌은 성곽 주변에 공터를 모아 도시 농업을 테마로 양봉장, 경작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주거형 도시재생의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민들의 자생적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정부가 초기에 공적 자금을 지원해 마중물을 부어주고 사업을 실시한다고 해도 4~5년 후에는 행정적인 지원이 줄어들 게 된다. 그 이후엔 주민들 스스로가 도시재생 사업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에서는 4년간 주민 역량을 강화해 주민들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공동체 재생활동을 진행한다. 또 주민 사랑방, 창작소, 공작소 등 지역 주민 스스로가 모여서 수익을 내고 도시재생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앵커 시설도 만들어준다.

 진 본부장은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을 이끌어 가려면 지역 재생 단체가 나와야 한다"면서 "그게 기업 형태가 됐든, 협동조합이 됐든, 사회적 기업이 됐든 어떤 형태로든 단체를 만드는데 시에서는 그것을 '지역재생기업'(CRC, Community·Regeneration·Company)이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지역재생기업은 정부와 지역활동가, 전문가들이 빠지더라도 주민 스스로가 도시재생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자립 형태로 수익을 내고 도시 주거 생태계가 진화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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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이 2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도시재생본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6.07. [email protected]

 진 본부장은 그동안 도시재생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서울고가 재생의 경우도 이것을 철거할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재생해서 보행로로 쓸 것인지를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그는 "도시재생이 뉴타운 재개발의 또 다른 모델이 아니냐, 도시재생을 해서 머하냐, 오히려 지역 경제에 안 좋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서울고가도 현장에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설치해 주민들과 1000번 이상 만나 소통하고 박 시장도 수차례 방문해 오해를 풀었다"고 말했다.

 또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주체가 돼야하기 때문에 주민 역량 강화 사업을 해야한다. 하지만 중앙 정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소홀이 생각해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점도 어려움 중 하나라고 했다.

 진 본부장은 "기획재정부가 도로나 건물을 만드는데 돈이 드는 것은 지원해주지만 주민들을 모아 교육하고 소통하는 것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지원이 없다"면서 "하지만 이 부분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의 주요 국가의 경우 대통령 직속 기구로 도시재생관련조직이 있다. 우리나라 경우 총리 산하에 조직이 있지만 이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시켜 각 부처가 합동으로 힘을 모아야지만 도시재생이 전국적으로 성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진 본부장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진 본부장은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의 핵심 역시 역사적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성수동이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것도 예전의 오래된 붉은색 벽돌 공장을 다시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재생해 전혀 새로운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에 스토리를 담는 것도 중요하다. 중림동도 한국 최초의 양식 성당인 악현 성당과 마라톤의 성지로 불리는 손기정 공원을 접목해 그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 지역에 맞는 청년 크리에이티브도 뽑아 다양한 콘텐츠도 만들고 일자리도 제공한다.

 진 본부장은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이 있는데 그게 바로 도시재생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라면서 "도시재생 사업이 바로 효과가 나오진 않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나중엔 굉장한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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