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④]홍성덕 LH 도시재생본부장 "공공 퍼실리테이터 될 것"
"역량 있는 지역 전문가 구하기 힘들어, 적극 육성해야" "젠트리피케이션 막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공임대 상가 넣을 것" 【성남=뉴시스】김민기 기자 = "노후 주거지는 중소업체와 지역 주민, 활동가가 재생을 할 수 있도록 직접 지원하고, 경제기반·중심지형은 대자본이 유입돼야 하므로 디벨로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합니다." 홍성덕 한국주택토지공사(LH) 도시재생본부장은 지난 30년간 LH에서 행복도시건설개발처·주택계획처·택지사업처·도시계획처 등 공사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핵심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 공약이 주요 정책으로 바뀌자 LH 역시 기존의 '행복주택본부'를 '도시재생본부'로 바꿨다. 도시재생계획처, 도시정비사업처의 직제순위도 상향조정하는 등 발 빠르게 조직을 정비 중이다. 지난 3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LH경기지역본부 오리사옥에서 만난 홍 본부장 역시 도시재생 사업을 위해 현장을 수시로 찾는 등 바쁜 행보를 보내고 있었다. 홍 본부장은 LH의 도시재생의 개념을 '주민·지자체 주도의 공공지원'으로 정의했다. 각 지자체가 주민들과 함께 주도적으로 마을을 가꿔 나가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재정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각 지자체에 있는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관련 사업을 하면 그 지역 LH본부가 직원들을 보내 일을 돕고 지역 전문가도 별도로 채용하는 등 인력 지원을 한다. 또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해 마을 대학을 운영한다거나 기술 지원도 하는 형태다. 그는 "정부의 큰 방향은 지자체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나 몇 개 대도시 이외에는 주민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면서 "지자체의 숙련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정부가 이러한 공공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조력자)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공공 디벨로퍼의 역할도 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야한다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LH하고 있는 천안 동남구청사 복합개발사업이나 서울시가 하고 있는 세운상가 재생 사업의 경우는 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끌어 들여 대형 건설사와 함께 사업을 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홍 본부장은 "오랫동안 지역에서 도시재생을 해온 활동가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해서 약간의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재생을 해야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데 공공이 주도적으로 하면 도로 정비하고 집 고쳐주면 끝이 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은 대형 건설사가 들어와서 개발하는 '개발 마인드'로 가면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고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나 도심지 복합 개발이 필요한 경우 대규모 자본이나 대형 업체가 참여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LH는 진주, 김천 등에서 지자체의 도시재생지원센터 업무를 지원하면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하는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5년 LH 본사를 진주시로 이전한 후 진주시를 도와 '진주옥봉 새뜰마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 새뜰마을사업 외에 LH의 주거복지 등의 프로그램을 접목시키고 있다. 주민지원사업,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 사회공헌활동 등을 연계하고 있다. 탐방코스 발굴, 향교와 연계한 문화체험,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김천도 재래시장이나 노후 주거지 대상으로 직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김천은 지역주민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상품을 개발·홍보하고 지역 어르신이 직접 과자를 만들어 판매하는 마을기업을 설립 중이다. 천안의 경우는 공공 디벨로퍼 성격이 강한 도시재생 사업이다. 천안 동남구청사 복합개발사업으로 노후화된 구청사와 주변 공터를 활용해 어린이회관과 대학생 기숙사, 지식산업센터, 주상복합 등을 건립한다. LH가 자산관리회사(AMC), 현대건설이 설계·시공, 주상복합 상가 인수·운영, 주택 분양 등을 담당한다. 홍 본부장은 "김천은 노인들이 한 곳에 모여서 과자를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이고 청년들도 함께 창의적인 창업 아이템을 만들고 있다"면서 "청년, 노인, 지역 주민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일자리를 활성화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도시재생에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LH는 전국 12개 본부, 매입임대사업, 소규모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30여종의 사업을 거점사업(앵커사업)으로 해 도시재생 사업을 할 수 있다"면서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 농어촌, 읍 단위까지 포함하는 전국의 도시재생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도시에서 자생적으로 진행된 도시재생은 지자체가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시재생 사업이 정책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대도시 뿐 아니라 중소도시도 포함해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도시재생이 진행돼야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LH 도시재생 모델의 특징은 중소도시를 포함하는 전국 모델이라는 점 외에도, 두 번째는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 투입되는 주택재생이다. 세 번째는 그 지역의 사회적경제 조직과 주민역량을 강화하고, 네 번째는 지역 중소 임차상인의 '둥지 내몰림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공공임대상가를 함께 고려한다는 점이다. 홍 본부장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세탁소, 쌀집, 미용실 등의 임대료가 올라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문제가 있다"면서 "LH의 강점인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세입자를 수용하고 임차 상인을 위해서 공공임대 상가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그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재생은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게 홍 본부장의 주장이다. 과거에 했던 주택건설 사업이나 신도시 개발처럼 목표를 정해 몇 년 안에 끝내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도시재생은 목표는 그 지역에 있는 지속 가능성에 있기에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끝이 없이 가야한다"면서 "5년, 10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주민들이 정착해서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사업 비중이 역시 높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에 있는 문화, 사회, 역사 등 지역 자산을 끌어내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테마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정부 역시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그 부분에 재정을 지원하고 자산이 배분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 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업체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문화체육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부, 행정자치부 등 중앙 부처 간의 협업 체계 마련도 중요하지만 지자체 내에서도 협업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경우 시장의 관심도에 따라서 도시재생 사업의 추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시장이 관심 가지고 나서야 도시재생이 많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LH가 전국 단위 사업을 하다 보니 읍이나 군 단위의 지역은 사업 자체가 아예 엄두가 안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읍과 군 단위 지역도 노후주거지가 얼마든지 있고, 그런 곳이야 말로 인구감소와 노령화가 심해 도시 재생이 필요하다. 일본 역시 '컴팩트 시티'라는 개념의 중소도시 도시개발 모델을 만들고 있다. 홍 본부장은 "전국에 82개 군이 있는데 그 지역은 노후 지역이라 군청 소재지에 문화, 복지, 행정 인프라를 구축해 중심성을 강화해주는 새로운 방식의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대도시 수준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지방도 살만한 도시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고향 떠난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본부장은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활동가나 전문가들을 적극 육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경험 있고 실력 있는 사람들이 지역 곳곳에 있지만 매년 100곳을 선정해 도시재생을 하려다보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자체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스스로 합의하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게 힘을 쏟아야한다는 것이다. 노후주거지는 살고싶은도시로 만들고, 지방도시의 구도심은 그 지역의 인적, 자연적, 문화적 자산을 충분히 활용해 그 도시만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을 살린 도시재생을 추진해 찾아가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어떤 테마를 가진 도시로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역주민과 지자체, 지역활동가가 다같이 모여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LH도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본부장은 "예전에는 택지를 개발하면 중앙정부와 국토부가 나서서 어느 지역을 하면 된다는 것이 보였으나 도시재생은 그렇지 않다"면서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합의와 지자체 공감대가 합쳐져 주민 주도로 갈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렇게 가야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