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게 찾아온 세 번째 위기···크나큰 시련
안 전 대표의 첫 번째 위기는 2016년 4월 총선 이후 불거진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38석을 차지하면서 제3정당 위치를 확보하면서 급성장했지만, 총선 직후 검찰수사로 인해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면서 안 전 대표는 도덕성과 청렴함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당대표직을 내려놨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를 달리던 위상도 추락했다. 이어 호남에서 지지율 1위를 달라던 국민의당도 더불어민주당에 자리를 내줬다. 안 전 대표는 대선 정국이 열릴 때까지 한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안 전 대표의 두 번째 위기는 지난 5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이어 3위로 처지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다. 안 전 대표는 한때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후보 토론회 등에서 점수가 깎이며 결국 21.4% 득표에 머물렀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의원직도 내려놓았기에 대선 패배 이후에는 평당원 신분으로 여의도 중앙정치와 거리를 둬야 했다. 따라서 이번에 불거진 '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은 안 전 대표의 세 번째 정치적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의 제자인 이유미씨가 문준용 제보 조작의 당사자임이 드러나면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앞서 나온 두 번의 위기 강도와는 비교가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정계은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를 의식한 듯 안 전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한껏 숙였다. 그는 "제보 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며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며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다. 그는 정계은퇴 가능성에 대해선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접 국민 앞에 나와 사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의외로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안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가 구체적인 대책이 없이 원론적인 사과에만 그쳤다는 지적에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 당원 안철수가 어떤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당을 재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지 내용이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발표한 시기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을 밝히고 나서 17일이 지난 후에야 대국민 사과를 진행한 점이 문제로 꼽힌다. 더구나 자신이 직접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고 나서야 공개석상에 나선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와 관련 "안 전 후보의 뒤늦은 책임 통감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전 후보의 발언은 사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나왔어야 했다"며 "그런 면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비판 속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점에서 가급적 공개 언급은 삼가고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안 전 대표에게 찾아온 세 번째 위기가 그의 정치 인생에 가장 큰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