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복지부장관 취임…'복지 새판짜기' 기대반 우려반
그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원 출신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근로장려세제, 국민연금 등 굵직한 사회복지 정책들의 방향을 설정하고 개선하는데 기여해왔다. 이후에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지내며 ▲대통령자문고령화·미래사회위원회 ▲대통령자문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노사정위원회 사회소위원회 ▲노동부 최저임금위원회 ▲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에 소속돼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정책 설계와 이행에 깊숙히 관여해 왔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자취는 그동안 복지부 장관이 걸어온 길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복지부 장관은 국회의원이나 관료가 도맡아왔다. 국민연금과 연계된 기초연금법을 개정하기 위해 연금·재정 전문가(51대 문형표 장관), 메르스 이후에는 보건·의료 전문가(52대 정진엽 장관)를 발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특히 교수 출신 장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1년 이후 38대부터 53대까지 복지부 장관으로 15명이 재직했지만 학자 출신 장관은 2008년 46대 김성이 전 장관뿐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를 복지부 장관으로 앉힌 새정부의 복지 '새판짜기'가 기존 정부와 다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박 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답변 태도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야당의원들의 제기한 논문 중복게재, 주소지 이전 등 의혹에 대해 사과했지만 "'죄를 지을 때 그 자리에서 꽝하고 불벼락을 내리면 세상에 살아남을 자 아무도 없다'는 시를 봤다"며 억울하다는 뜻을 강변했다. 또 장관직에 오르기도 전에 "복지공약이 원만히 되지 않을 때는 장관직을 걸겠다는 각오가 있다"는 성급한 거취 표명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인 같은 교수 출신의 김성이 전 장관이 한·미 FTA 쇠고기 협상 당시 "외교통상부 잘못인데 다른 부처가 매를 맞고 있다"는 말을 했다가 임명 5개월도 채 되기 전에 단명한 것을 떠오르게 한다. 복지부내에서도 이같은 태도는 "강단 있다"는 평가와 "자기 고집이 세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또 맞춤형 보육, 원격의료 등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정책에 대해서도 정책 전환을 언급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복지 외에 보건 분야쪽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놀랐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박 장관의 복지 재원 확보에 대한 입장도 새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와 달라 우려를 모은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178조원에 이르는 복지재원을 재정지출 절감, 탈루 세금 과세 강화, 세수 자연증가분, 여유자금활용·이차보전 방식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이 같은 계획은) 신빙성이 낮다"고 밝혀 청와대의 입장과 배치됐다. 그는 기획재정부를 통하지 않고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국민연금 적립금, 사회보장기금 등의 활용과 사회복지세 법 제정 등을 내비쳤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예고한 상태다. 박 장관이 이날 취임사를 통해 제시한 '포용적 복지국가'론의 개념이 구체적이지 못한 것도 우려를 낳는다. 박 장관은 과거의 복지제도가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선(先)성장 후(後)복지'였다면 포용적 복지국가는 "모든 국민이 현재의 결핍과 미래의 불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국가"라고 정의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과거처럼 좌우, 승패 같은 제로섬(Zero-sum) 게임과 반대되는 개념", "국내 생명과 안전이라는 상위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이해단체들을 아우르고 보다 나은 정책을 수립하는데 집중하는 일", "어려운 사람은 집중적으로 도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한편, 시민의 의무로서 사회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지만 구체성은 결여돼 시행히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