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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못 참는 사회④]분노, 개인 탓으로만 돌릴 일 아니다

등록 2017-08-16 0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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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분노 범죄. 우리 사회가 분노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자신의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게 어느새 우리 사회의 생리로 굳어졌습니다.

 층간 소음문제로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말다툼을 벌인 여자 친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이중 주차 문제로 이웃의 차량을 골프채로 부수기까지. 대강 추려도 차고 넘칩니다. 일련의 사건 모두 참담하기 이를 데 없지만, 사소한 문제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진 일입니다. 분노 범죄의 발단이 터무니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체 폭력범죄 가운데 ‘우발적 동기’가 약 40%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범죄 양상 갈수록 잔인하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는 성인남녀 50%가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10명 가운데 1명이 치료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분노가 살인이나 폭행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언제, 어디서 피해자가될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겁니다. 불똥이 애꿎은 나에게 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살아야 하는, 말 그대로 '불안 시대'입니다.

 어떤 경우도 용납할 수 없는 분노 범죄 원인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일까요. 곱씹어보면, 사회적인 원인이 대부분인데도 분노 범죄의 원인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분노 범죄는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회 문제입니다. 더는 특정 개인의 일탈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분노 범죄를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나친 경쟁사회에서 강박과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가 계속 쌓이지만, 이를 제때 걸러주거나 풀어줄 마땅한 기회나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또 공정한 기회와 정의가 무시되는 사회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르지 않고, 정당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좌절이 우리 사회를 분노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분노 범죄를 개인 문제로 덧칠하면 잠시 외면할 수 있을지언정,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거꾸로 갈등을 초래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는 외면하거나 방치해선 안 됩니다.  

 한 전문가가 던진 말이 여전히 잊히지 않습니다.

 "지나친 경쟁은 경계하고, 경쟁은 공정성을 담보하고,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보상이 보장돼야 합니다. 또 경쟁에서 밀린 사람에게는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심리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구성원 간 신뢰를 회복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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