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조수정의 寫讌] "왜 날 버렸나요, 난 이제 어디로 가는 건가요?"

등록 2017-08-09 05:50:00   최종수정 2017-08-14 09:08:26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남양주=뉴시스】조수정 기자 = '내 주인은 왜 나를 버렸을까, 나는 어디로 가는걸까' 구조돼 해외로 입양을 가는 사모예드 품종의 중대형 유기견. 개도 슬픔을 느낀다. 자꾸 눈물을 흘린다.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email protected]
유기견 구조부터 해외 입양 채비까지 동행취재
유기견 해외 입양 10년,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
파양, 학대 확인돼도 관리 어려운 해외 입양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슬픈 눈망울에 눈물이 맺힙니다.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이 눈물로 젖습니다.
 
비록 말은 못 하지만 눈빛에서 충분히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내 주인은 왜 나를 버렸을까요,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인가요?"

유기견이 해외로 입양을 간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유기견들을 구조해 질병을 확인하고 치료한 뒤 국제 동물보호단체 등을 통해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것입니다. 요즘 국내외 단체와 개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해외 입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associate_pic
【군산=뉴시스】조수정 기자 = 구조 봉사자들이 군산을 떠도는 유기견 '까미'를 구조하기 위해 마취주사를 쏘고 있다. 야생성이 강해진 까미는 주사를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달렸다. 이들은 결국 새벽까지 까미를 구조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email protected]
해외에서 국내 유기견을 입양해갈 때 마리당 300달러(34만원), 어린 강아지들은 400~500달러(45만~56만원)를 줍니다.
 
이는 접종 및 치료, 수화물 비용으로 사용됩니다. 종합백신(DHPPL)과 광견병, 코로나 등 예방접종비 25만원에 이동 봉사자의 비행기 편에 개를 보내는 수화물 비용 20만원, 이동 켄넬 10만원 등이 추가됩니다.
 
이마저도 인편을 구하지 못 하면 수화물비만 최하 60만원이 듭니다.
 
입양 비용으로 모든 과정을 감당하기에 빠듯합니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은 구조 비용을 자비로 감당하기도 합니다.

기자는 자원봉사자들이 하는 유기견 구조부터 입양까지의 과정에 동행했습니다.
 
봉사자들은 영리 목적이 아니라 자비를 들여 구조하고 입양을 보내는 남양주시 강.사.모 동물보호협회 김혜란 대표와 모임 회원들입니다. 유기견을 구조해 접종과 치료를 마친 뒤 국내외로 입양을 보냅니다.

이날 구조하기로 한 유기견은 전북 군산시에 사는 중대형견 ‘까미’입니다.
 
까미는 군산 일대의 논과 밭을 넘나들고 공사장이 제집인 듯 숙식합니다. 아파트 단지에도 출몰해 지역 주민들에게 돌을 맞기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현지에서 동물권 운동을 하는 지역주민이 까미에게 한 달 동안 밥을 주고 놀아주며 구조 물밑 작업을 해 놓았습니다.
 
“내가 아기를 낳으러 가기 전에 얘가 빨리 구조돼야 하는데”고 말하는 이 주민은 현재 임신 8개월입니다.

구조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수의사와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생업을 포기하고 참여하기도 합니다. 구조 작업이 실패를 거듭할수록 개는 구조자의 인상착의뿐만 아니라 타고 오는 차까지 기억합니다. 아예 멀리서 차 소리만 듣고도 도망갑니다.
 
구조자는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밤을 새우더라도, 그 어디에서도 알아주지 않지만, 사명감으로 하는 일입니다.

최경식 남양주 강.사.모 팀장은 민첩하고 날렵해 입으로 불어서 쏘는 마취주사제 놓는 역할을 주로 맡습니다.
 
그러나 몸집이 크고, 야생성이 강한 개들은 마취제를 맞고도 잘 쓰러지지 않습니다. 길게는 5분까지도 전속력으로 달아납니다.

마취제를 맞은 채 달려가다 잠시 시야에서 사라진 까미가 한참 보이지 않습니다. 마취제를 맞고 잠을 한숨 자는 모양입니다
 
몇 시간 뒤, 어둠이 짙게 깔린 논두렁을 지나가는 까미를 발견하고 급히 이동하던 구조대 차 바퀴가 논두렁에 빠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견인차마저 논두렁에 빠져 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두 번째 견인차가 오고 나서야 편의점에서 잠시 허기를 달랩니다. 이날의 두 번째 끼니입니다. 이들은 구조작업을 하며 식사를 제때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구조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벽까지 까미를 구조하지 못 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아침이 밝았습니다.

associate_pic
【남양주=뉴시스】조수정 기자 = 구조돼 해외로 입양을 가는 사모예드 품종의 중대형견. 오랜 유기로 인한 건강 악화로 검사와 치료를 받고 몸에는 추적 관리를 위한 마이크로칩을 이식하고 관리 번호를 부여받았다.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접종을 마친 수의사 강희숙 씨가 해외 출국을 위해서 검역소에 제출할 광견병 등 접종 확인서와 영문 건강확인서등을 작성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몇 주 뒤 다시 군산에 구조하러 간 구조대는 또다시 고배를 맛봤습니다. 까미가 구조대를 적으로 인지해 아예 가까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까미가 왜 공사장에서 먹고 자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까미는 공사장에 쌓인 패널 꼭대기에 올라가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배가 고플 때만 내려와 밥을 먹습니다.
 
그 위에 직접 올라가 보니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높은 곳을 택한 이유는 자신을 방어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습니다. 살기 위한 것이죠. 결국 까미의 구조는 시간을 두고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주 뒤 구조된 셰퍼드 한 마리와 사모예드 한 마리의 건강상태 확인과 접종에 동행했습니다.
 
먼저 심장사상충 검사를 합니다. 심장사상충은 모기에 물릴 때 피부를 뚫고 들어간 실 모양의 사상충 유충이 혈관에서 자라는 병입니다. 심장사상충은 1~4기까지로 나뉘는데 1기는 건강 상태만 나쁘지 않다면 치료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3~4기에 이르면 치료를 하더라도 죽은 유충이 혈관을 막아 사망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심장사상충은 동물병원에서 8000~1만원 정도 들여 접종하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견주들은 ‘우리 개는 모기에 물리지 않아’라며 맞추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막상 감염되면 치료비가 접종료의 10배가 넘어갑니다. 사상충 진단을 받고 유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날 진료를 받은 사모예드는 다행히 심장사상충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호흡이 좋지 않아 수액 치료를 받았습니다. 셰퍼드는 심장사상충 양성 반응이 나와 치료 약을 주사했습니다. 

유기견 해외 입양은 질병 확인과 접종을 완료했다는 해외반출용 건강검진 확인서가 필요합니다. 접종과 질병 확인에는 최소 한 달 정도가 소요되는데 간혹 가짜 확인서를 받아서 보내주면 내가 데려가서 접종하겠다는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비용을 조금 더 받고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주는 동물병원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화물 칸에 함께 탄 다른 동물들에게 전염성 질환을 옮기면서 단체로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기견 해외 입양은 어언 10년이 넘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출동물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에서 수출된 개는 총 3만2030마리입니다. 2014년 8760마리, 2015년 1만573마리, 2016년 1만2687마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통계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는 미국이 1만5223마리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5482마리), 캐나다(2897마리), 일본(1601마리), 필리핀(973마리)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 중 1위를 차지한 미국으로 수출되는 개는 2014년 3994마리, 2015년 5022마리, 2016년 6207마리로 매년 폭증하고 있습니다.

해외로 가는 유기견은 몸속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하고 견주 정보를 등록해 또다시 유기와 학대를 겪지 않는지 추적 관리합니다.
 
추적 결과 해외 입양에는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역만리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파양되기도 합니다. 입양을 받은 견주가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 ‘장난을 치다가 살짝 물었는데 상처가 났다’ ‘말을 안 듣는다’ 등 다양한 이유로 파양합니다. 교배시켜 새끼를 팔기 위해 입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associate_pic
【남양주=뉴시스】조수정 기자 = 해외로 입양을 가는 사모예드 품종의 중대형 유기견의 슬픈 눈빛이 켄넬 철창 사이로 보인다. 자꾸 눈물을 흘린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 짖지도, 웃지도 않는다. [email protected]
국제단체 중 한 곳은 국내 유기견 수십 마리를 구조하겠다고 모금해 입양한 뒤 모두 안락사를 시킨 경우도 있다고 김 회장은 말합니다. 식용견 농장에서 학대받거나 부상당한 개 등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큰 금액을 모금한 뒤 이득만 취한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후 관리가 힘든 해외 입양에 대해 회의가 들 때도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남양주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독거노인, 지체장애인의 반려동물로 보내고 관리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향으로도 눈을 돌리는 중입니다.

반려견이 분양과 유기되는 데는 주기가 있습니다. 특정 품종의 개가 방송 프로그램이나 광고 등에 출연하면 같은 품종의 개가 잇달아 분양되고, 또 몇 년 지나면 인기가 시들해지며 많이 유기됩니다.
 
특히 몸집이 급격히 커져 밥을 많이 먹고, 털이 많이 빠지는 등 관리가 어려운 품종이 많이 유기됩니다.

유기견 해외 입양 과정에서 접종과 치료 등의 봉사를 하는 남양주 별내 스타동물병원 수의사 강희숙 원장은 치료해달라며 반려견을 맡겨놓고 간 뒤 이를 찾아가기는커녕 견주가 연락도 되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키워달라며 박스에 담아 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봉사자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합니다.
 
“예쁘다고 돈을 주고 산 뒤 마구 버려도 되는 생명은 없습니다. 개는 반려동물이자 가족입니다.”

<조수정의 사연(寫讌)은 사진 '사(寫)', 이야기 '연(讌)', '사진기자 조수정이 사진으로 풀어놓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