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영토 대장정②]분단 현실 직시부터 힐링까지…백령도에서 얻은 것들
한국해양재단이 개최한 '해양영토대장정'에 참여한 대학생 90여 명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심청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심청각은 고전 소설 '심청전' 무대인 백령도 진촌리에 있다. 이곳에서 효녀 심청이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보인다. 문화관광 해설사 박창옥씨가 "북한 장산곶 끄트머리에 인당수가 있다"며 "파도가 치면 험난한 지역으로, 소용돌이(와류)가 생기는 곳"이라고 설명하자 대학생들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부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조준형(24)씨는 "어제보다 오늘 날씨가 훨씬 좋았다. 북한이 맨눈으로 잘 보이더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대학생들은 심청각에서 내려와 천연기념물 제311호 점박이물범이 집단 서식하는 하늬바다로 향했다.
이날 물범은 볼 수 없었지만, 대학생들은 처음 가보는 곳에 대한 설렘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윽고 백령도의 천연기념물인 '콩돌 해변'으로 이동했다.
세종대 4학년 재학생인 김현지(25)양은 "(이곳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며 "너무 예뻤다. 콩돌 해변을 걸으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백령도가 놀러 오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여기 때문에 또 오고 싶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대학생들은 아름다운 콩돌 해변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조별로 푸대를 한 개씩 들고 가 쓰레기를 주웠다.
밀가루보다 곱고 단단한 규암 가루가 쌓여서 형성된 사곶 해변은 바닷물을 머금으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해진다. 6·25 전쟁 때 비행장으로 처음 이용된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수송기들이 뜨고 내리는 활주로로 이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걸어가기만 해도 발이 푹푹 빠진다. 1991년 간척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제방을 만들면서 갯벌화가 진행했기 때문이다. 대청도에서 밀려오던 조류의 흐름이 제방 때문에 막히자 조류를 따라 밀려왔다 조류를 타고 빠져나가던 오염물들이 해변에 스며들고 있다.
해양영토 대장정 인솔 강사로 참가한 한영태 해군협회 정책위원은 "백령도 주민 수가 줄어들고 쌀은 남아돈다. 제방을 허물자고 해야 한다"며 "사곶 해변 천연비행장이 활성화하면, 관광객도 몰려들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코스인 사곶해변을 다녀온 대학생들은 점심을 먹은 후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46살 늦깎이 대학생인 김가현(부산디지털대 4학년)씨는 "군인과 군사시설이 많아 주민들이 두려워하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조금 놀랐다"면서 "같이 공존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경인여대 4학년 김소희(26)양은 "백령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경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