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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100일] 보행길로 탄생했지만··균열부터 흉물논란

등록 2017-08-22 14:10:11   최종수정 2017-08-30 10: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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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을 하며 휴일을 즐기고 있다.서울시는 지난 5월 20일 개장한 서울로 방문객이 개장 14일 만인 지난 2일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17.06.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지난 5월20일 국내 첫 고가 보행길로 야심차게 문을 연 '서울로 7017'이 오는 27일 개장 100일을 맞는다.

 서울로 7017은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를 '차량길'에서 '사람길'로 재생하고, 침체된 서울역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비전으로 사업 초반부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228종 2만4085주에 달하는 꽃과 나무를 심어 보행로를 '공중수목원'으로 탄생시킨다는 구상이 큰 기대를 모았다.

 이를 반영하듯 개장 첫날 서울로 7017을 찾은 방문객은 무려 15만1000명에 달했다. 이튿날에도 10만4400명이 찾아 누계 방문객은 25만5400명을 기록했다.

 최근에도 평일 하루 평균 2만여명, 주말 5만여명이 꾸준히 유입되며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생채기가 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볕더위에도 그늘막 부족···방문객 '급감'

 지난 100일간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의 가장 큰 불편사항은 따가운 햇빛을 피할 그늘막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민원은 개장 첫날부터 쏟아졌다. 특히 이날은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았지만 그늘막이 전혀 없어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부랴부랴 그늘막 10개, 몽골텐트 15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폭염특보가 내리는 등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면서 이번에는 보행로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이 문제가 됐다. 시는 바닥 온도를 식힐 스프링클러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서울로 7017를 찾는 발길도 뜸해졌다.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은 총 13만8566명으로 개장 이래 최저 수준(주간 기준)을 기록했다. 개장 직후인 22일부터 28일까지 이용객수는 총 53만101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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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는 서울로 7017 개장에 맞춰 오는 20일 서울역 광장에 신발 3만 켤레로 이루어진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설치미술 작품인 '슈즈 트리'를 전시한다고 16일 밝혔다. 슈즈 트리는 세계적인 가든 디자이너이자 환경미술가인 황지해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헌 신발 3만 켤레로 이루어져있다. 황지해 작가는 "슈즈 트리의 주요 소품으로 신발이 사용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화 거리인 서울역 염천교 수제화 거리의 역사성을 되새기며 서울로 7017의 개장과 함께 서울로가 시민들의 발걸음을 모을 수 있는 곳으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했다"고 전했다. 2017.05.16. (사진=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남대문시장 상인들도 타격을 입게 됐다. 개장 후 한 달간 남대문시장 방문객은 하루 평균 4만명으로 '반짝' 늘어났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다.

 서울시는 서울로 7017이 장기적으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인들은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버려진 신발 3만켤레 '슈즈트리' 흉물 논란

 서울로 7017에 이벤트로 설치됐던 공공 조형물 '슈즈트리(shoes tree)'는 개장 전부터 흉물 논란에 휩싸였다.

 슈즈트리는 버려진 신발 3만 켤레를 서울역 고가에서 서울역 광장으로 늘어뜨려 거대한 폭포수가 내려오는 것처럼 설치한 것이 특징이었다. 도시재생의 의미를 일깨우고자 기획됐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버려지고 냄새나는 신발을 조형물로 설치한 것은 도시 미관만 해치는 흉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작품에 억대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를 추진한 작가가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가든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는 "저에게는 신발이 꽃으로 보이고 나무 세포로 보인다"며 흉물 논란을 일축했다.

 개장 후에도 슈즈트리 앞에선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슈즈트리는 9일간의 전시를 마치고 철거됐다.

 ◇바닥서 균열 발견되기도···"안전 전혀 문제 없어"

 최근에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균열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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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1일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들이 보행로를 걷고 있다. 2017.05.21. [email protected]
국회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장 이후 6월 말까지 서울로 7017 고가 바닥과 벽 등에서 균열 3건이 발견됐다.

 또 현재까지 난간 와이어 탈락, 옥상난간 흔들림, 계단조명 전선노출 등의 하자보수 사항도 8건이나 발생했다.

 홍 의원은 "20억원의 감리비가 투입됐는데 감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라며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균열과 각종 하자보수 사항들을 꼼꼼히 체크하고 신속하게 보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미세균열은 두께 19㎝의 콘크리트 바닥판 위에 설치된 8㎝의 얆은 콘크리트 포장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건조와 수축이 계속되면서 1년간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적으로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로 7017 개장 10일 만에 외국인이 고가 보행길에서 투신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다른 건축 조형물과 달리 역사성이 있는 공간은 시민들이 이성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울로 7017의 경우 의미의 형성 기간 없이 너무 서둘러 추진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의미를 은근하고 끈기있게 전달하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비판에 대해 반박이나 해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다시 검토해서 서울로 7017에 대한 개념설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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