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푸드트럭으로 한국에서 새 삶 꿈꿔요"···콩고·이라크난민 로린-유니스씨
난민 중 4080만 명은 고향을 떠났지만 그래도 자국 안에서 머물고 있다. 나머지 2130만 명은 국경을 넘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모국을 벗어난 난민들은 주로 어디서 지낼까. 난민쿼터제로 떠들썩했던 유럽? 아니다. 난민이 많이 체류하는 국가의 상위권은 파키스탄, 레바논, 이란, 에티오피아 순이다.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의 비중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UNHCR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입국해 난민자격을 신청한 이는 1만5000여명이었다. 지난해에만 7500여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난민 인정률은 2%가 안 된다. 반면 전 세계 평균 난민 인정률은 30%다. 지난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나라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는 왜 어려운가. 난민을 꺼려하는 이들은 '난민=불법체류자' 공식을 들이민다. 난민을 떠맡아야할 부담스런 존재로 여긴다. 난민은 과연 우리나라 사회의 짐인가? 뉴시스는 지난 22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난민 두 사람을 만났다. 중앙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온 로린씨와 이라크에서 온 유니스씨. 각각 3명의 2명의 자식을 둔 어머니로서 두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새 삶을 꿈꾸고 있다. 로린씨는 DR콩고에서 시민운동을 하며 독재정부를 비판했다. 야당 소속으로 정치활동도 했다. 로린씨는 "정부의 박해가 심해지자 모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7년 전 한국 땅을 밟았을 때 그는 혈혈단신이었다. 역시 정치활동을 하다 모국을 떠난 처지의 동포와 한국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고 지금은 아들 하나에 딸 하나를 뒀다. 내년이면 맏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안산에 사는 그는 현재 난민신청을 해 둔 상태다. 유니스씨는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벌어진 내전 중 가족의 생명이 위협받자 남편과 아이 셋과 고향땅을 떠나야 했다. 한국에 온지는 2년7개월 됐다. 초등학교 교장이던 그는 당초 오스트레일리아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남편은 받아들이고, 자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출입국직원이 앞길을 막았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아이들과 한국 땅에 남았다. 그는 아직 난민자격을 획득하진 못했다. 인도적 체류가 한국사회에서의 현재 위치다. 그는 인천에 살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에 입국한 이래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 모국에서는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던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할 일은 제한돼 있다. 한국생활 7년차 만에 거의 완벽한 한국말을 구사하게 된 로린씨는 프랑스어(DR콩고의 공용어)와 영어까지 능숙한 재원이다. 하지만 "한국 유치원에서 다문화 선생님 등을 파트타임으로 했지만 상황이 어려워 지금은 그만뒀다. 이렇다 할 특정 직업은 없었다"며 "일을 해보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는 곳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새로운 꿈을 꾸게 된 것은 서울디자인재단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가 난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인식개선을 위해 마련한 '맘셰프 소울 푸드 프로젝트' 덕이다. DDP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도깨비 야시장이 운영된다. 이 행사의 백미는 푸드트럭이다. DDP 푸드트럭은 일반음식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색적인 먹거리로 유명하다. 두 사람과 또 다른 난민 1명(시리아 국적)을 선정해 DDP야시장 푸드트럭 셰프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오는 9월15일을 시작으로 10월말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DDP에서는 국내 최초로 난민들이 셰프로 참여한 푸드트럭이 운영된다. 맘셰프 소울 푸드는 단순히 음식만 파는 게 아니다. 각 지역 음식에 담긴 스토리와 함께 난민 본국의 문화, 그리고 전세계 난민현황 등을 홍보한다. 유니스, 로린씨는 각각 아랍과 이라크에서 인기 있는 전통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 내놓겠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이 자신감은 한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과 같아 보였다. 로린씨는 "나는 모국에서 간호사로서 당당하게 생활했다. 하지만 한국 온 다음에는 정상적 직업을 못 가져봤다. 지금은 합법적으로는 체류하지만 출입국 관리소 등에서 관여하면서 일을 가질 수 없는 형편이다. 일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사람처럼 비춰져 좌절감을 느꼈지만 푸드트럭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니스씨는 푸드트럭을 통해 아랍인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전했다. 그는 "한국사람들은 아랍 사람과 이슬람교를 잘 모른다. 그저 종교적 편견을 갖고 있지 않나싶다. 미디어에서 테러 얘기만 나오니까.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슬람의 맛을 전하고, 아랍과 테러를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어떤 음식을 선보일까. 유니스씨는 "삼부삭이라는 음식을 내놓겠다. 라마단 기간 저녁 때 집에서 먹는 음식이다. 세모 모양으로 야채와 콩, 감자가 들어가 있다. 약간 매콤한 음식인데 밀가루 반죽해서 튀긴 것이다"고 말했다. 로린씨는 "콩고의 모든 음식을 만들 수 있지만 소고기 야채 꼬치인 카문델레가 장기다. 그릴에 구워서 특제 소스로 해서 만든다. 파티음식이나 잔치에서 먹는다. 길거리 음식인 미까테도 선보이고 싶은데 한국의 튀김 도너츠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유니스씨는 '집밥', 로린씨는 '파티음식'을 주력 메뉴로 내놓은 셈이다. 두 사람은 경쟁력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맛으로 누굴 이기겠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맛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준 DDP, 국제난민지원단체 피난처 직원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공항에서 처음만난 직원이나 이웃들이 언제나 친절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우성씨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난민 푸드트럭의 첫번째 손님으로 정씨를 초대했다. 유니스씨는 "이라크 내에서는 이미 유명스타인 정우성씨의 사려 깊은 행동에 많은 난민들이 감명 받고 있다"며 "9월 중순에 난민 푸드트럭 오프닝을 하는데 정우성씨가 온다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