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일원화' 또 물 건너가나···국회 논의 '표류'
발단은 수자원 관리 기능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7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외되면서부터다. 물 관리 일원화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정부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이번주 특위를 구성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으나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이대로 가다가는 물 관리 일원화가 또다시 좌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대 정부마다…‘해묵은 숙제’ 물 관리 일원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직후인 나온 ‘5호 업무지시’다. 물 관리 일원화가 정권 출범기마다 나올 때마다 되풀이되는 해묵은 숙제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살충제 계란 파동, 생리대 사태 등 환경 문제가 잇따르면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 관리가 국토부(수량)-환경부(수질)로 크게 이원화된 것은 그동안 정부의 물 관리 업무를 수많은 부처에서 각자 역할을 맡는 ‘중구난방’식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큰 하천인 국가·지방하천과 댐은 국토교통부, 소하천은 국민안전처, 농업용 저수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며, 먹는 물은 광역상수도는 국토부, 지방·간이상수도는 환경부로 역할이 나뉘었다. 물 관리의 필요성이 생길 때마다 관계 부서에 역할을 새로 부여하는 ‘이합집산’식으로 물 관리 정책을 구성해온 탓이다. 따지고 보면 국가 물 관리의 핵심인 수질관리-수량관리라는 이원화된 가치를 놓고 환경부와 국토부가 줄다리기를 하는 방식이었다. 현실적으로는 개발 시대를 넘어 최근까지도 물 관리 정책의 칼자루는 수자원 개발에 초점을 맞춘 국토부가 쥐는 형세였다. 그 결과는 ‘난개발’로 이어졌다. 최근 충남 지역에서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극심한 가뭄 현상도 이 때문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물을 많이 쓰니까,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쓸 것이 없는 것이다. 4대강 개발 탓에 벌어진 ‘녹조라떼’로 대표되는 환경재앙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개발 일변도의 물 관리 정책의 민낯이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수질-수량, 양쪽의 균형을 맞춰 물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적정 수질을 유지할 수 없고, 적정 수질을 유지하지 못하면 수량은 가치를 상실한다”는 논리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물 관리 일원화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난맥상이다. 현재 야당은 물 관리 일원화가 최근의 물을 둘러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4대강 재조사와 같은 정치적 이슈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속내가 숨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 관리 일원화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국토부 관료 출신 의원들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경색 국면을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수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국회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의가 흐지부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이관하는 조직과 인력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는 쪽(국토부)과 받는 쪽(환경부)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다보니 입장차가 갈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물 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려다가 논의가 중단된, 지금같이 애매한 상황에서 홍수나 가뭄 등 물 관리 이슈가 터질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에 막혀 국회 내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갖가지 우려 섞인 전망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 내 이견이 없고, 광역상수도와 하천관리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틀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토부의 조직과 인력이 일부만 오거나 그런 것은 고려되거나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 관리 일원화가 국회 통과할 수 있도록 국민과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설득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특위가 구성돼 물 관리 일원화가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