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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위한 식사'에서 '맛보기 위한 식사'로 음식의 연대기

등록 2017-09-23 09:05:00   최종수정 2017-10-10 09: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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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설탕과 소금의 첨가는 근대 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그런데 빵에 설탕이나 소금을 많이 넣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전근대에는 제분소가 마을마다 있었고, 제분한 밀가루는 바로 빵으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방금 제분한 밀가루로 만든 빵은 그 자체로 풍미가 좋았다."(80쪽)

정기문 군산대 사학과 교수가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食史'를 냈다.

정통 역사학자가 음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본 책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음식 7가지를 선정해 그 기원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살펴본다.

7가지 음식이 소개되는 순서는 고기(육식), 빵, 포도주, 치즈, 홍차, 커피, 초콜릿이다. 앞쪽이 메인 디쉬에 올라오는 것들이고 뒤쪽이 디저트나 간식에 해당한다.

수천 년 동안 각각의 음식이 변화해온 방향이 '살기 위한 식사'에서 '맛보기 위한 식사'로였다면, 음식이 새로이 발굴되어 널리 전파되는 것도 같은 흐름을 타왔다.

초기 인류부터 섭취해온 고기를 시작으로, 농경 사회가 시작된 이래 서양인의 오랜 주식이었던 빵, 석회질이 많고 지저분한 유럽의 물 환경에서 식수로 활용되었던 포도주, 가축의 젖을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있는 방편이었던 치즈 등은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존 요소였다.

반면 서양 중세 이후 유럽에 널리 퍼지고 세계사를 바꾼 홍차, 커피, 초콜릿 등은 삶에 풍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각 음식의 역사 사이에 공통점도 있다. 그 음식을 권력층만 향유했거나, 서민도 먹었다 해도 그 질의 차이가 현격했다는 사실, 그리고 근현대로 올수록 누구나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커피는 '똑똑해지는 음료'로서 토론을 통해 시민의식을 고양시키고, 혁명에 일조한 음료가 됐다.

"노동자들은 왜 그토록 많은 돈을 차와 설탕을 구입하는 데 썼을까?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그들은 간단하게 때울 수 있으면서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필요했다. 19세기 중엽 홍차는 이런 필요를 충족해주었다. 뜨거운 물에 차와 설탕을 넣어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몸에 힘이 생기니 그보다 더 좋은 음료수가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그들 다수는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으니, 달고 뜨거운 차는 그야말로 생명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239쪽)

"포도주 용기가 유리로 바뀌면서 새로운 현상이 생겨났다. 17세기 후반 포도주 생산자들은 유리병에 담긴 포도주에 거품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포도주 속의 효모가 겨울에 잠잠했다가 봄이 되면서 다시 작동하여 포도주를 추가로 발효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1662년 크리스토퍼 메렛이 이 현상을 이용하여 최초로 발포성 와인을 만들었다."(129쪽)

저자는 "음식 문화는 남녀의 성비도 바꿨다"며 "15세기 이후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지고, 남성이 더 많던 성비가 역전됐다"고 말했다.

"그 전에는 여성의 입에 들어갈 고기가 없었으나, 가축 사육이 늘면서 농민들의 단백질 섭취가 늘었다. 그로 인해 여성의 건강이 개선되어 수명이 길어진 것이다." 336쪽, 책과함께,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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