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①]연립주택촌서 이국적 핫플레이스로 변모 '경리단길'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이태원에서도 저렴한 주거지역이던 경리단길이 주요 데이트코스이자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년 강남 자본가들이 건물을 속속 매입하면서, 건물 1층을 따라 즐비했던 동네가게들은 수제맥주집이나 이국적인 펍(pub)으로 하나 둘 간판을 새로 걸었다. 이에 상가 임대료와 집값이 크게 올라 정작 오랜기간 터를 잡고 살던 이들이 경리단길을 떠나고 있다. 경리단길은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이다. 배밭에서 저층 주거지로, 그리고 이국적인 지금의 상권으로 확대된 경리단길을 조명해본다. ◇농지에서 저렴한 연립주택 밀집지로
지난 1957년 창설된 육군중앙경리단이 길의 초입에 있어, 이곳은 지금의 경리단길이라고 불리게 됐다. 육군중앙경리단은 2012년 해군중앙경리단, 공군주앙경리단과 통합돼 지금의 국군재정관리단이 됐다. 경리단길이 있는 이태원 일대는 원래 배밭과 복숭아밭으로 이뤄진 농지였다. 1963년 사격장터였던 현재 대림아파트 부지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군인아파트가 지어지면서 집단 주거지가 최초로 형성됐다. 이후 미군부대가 조성되면서 이태원이 상업지역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에도 경리단길은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이 개관한 1970년대까지 농지였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시작해 미군부대를 통과하는 도로와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까지 이어지는 경리단길이 도로로 닦이면서 점차 주거지로 바뀌었다. 경리단길이 있는 이태원2동은 남산과 군부대 등 고립된 지리적 입지와 최고고도제한지구 지정 영향으로 오랫동안 저층 단독 주거밀집지 형태를 유지해왔다. 1970년대에는 정비사업을 거쳐 연립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곳 임대료가 이태원1동이나 이촌동보다 저렴하다보니, 비싼 월세를 피해 형편이 넉넉치않은 장년층이나 노년층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펍, 음식점···입소문을 타다 경리단길 인근은 도로폭이 좁고 비정형으로 구획된 필지가 많다. 특히 경사지여서 지리적으로 대규모 상업시설이 입지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곳은 남산자락의 한 주거지역일 뿐 지금처럼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언론에 실린 관련 기사는 총 30건에 부과했다. 그것마저 일부는 육군중앙경리단에 관한 기사였다. 미디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부터다. 젊은층 사이에서 데이트 명소로 유명세를 타면서 본격 소개되기 시작했다. 태국과 멕시코, 이탈리아, 중국, 파키스탄 등 분위기가 이국적인 식당이 미디어에 다수 소개되면서 점차 젊은층의 발길이 잦아졌다. 경리단길을 따라 도로 양쪽에 늘어선 카페와 옷가게 등도 소개됐다. 특히 2012년 11월 이태원1동이 이태원 관광특구 내 세계음식특화거리가 조성되면서 상권 활성화에 불이 붙었다. 2014~2015년부터는 유명 연예인이 경리단길 건물을 매입하거나 이면도로에 술집을 열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수제맥주를 비롯해 독특한 메뉴를 선보이는 가게들이 SNS 등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았다. ◇집값·상가임대료 급증 주거지에서 상업지역으로 변모하는 사이 집값은 물론 임대료도 상승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태원동 단독·다가구주택 실거래가격는 2012년 ㎡당 517만원에서 2014년 686만원으로 올랐다. 거래량도 2013년 36건에서 2014년 92건으로 큰폭 늘었다. 2009년부터 외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남산 그린웨이 조성계획이 발표되면서 거래가 활발해졌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은 2009년 13개 점포에서 2014년 51개, 2015년 8월 164개점포로 12배 증가했다. 그 범위도 확대했다. 경리단길 주요가로에서 국군재정관리단 옆길, 보석길 등 이면도로까지 일반음식점 입지공간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상가 임대료도 상승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태원동 상가 임대료는 2013년 1분기 ㎡당 3만9000원에서 점차 증가해 올해 2분기에는 5만5000원까지 올랐다. ◇강남 자산가 유입···동네가게에서 수제맥주집으로
이처럼 상권이 확대되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점차 업종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건물주가 바뀌었다. 이전에는 인근 지역주민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점차 외지인이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건축물대장을 통해 2015년 7월 기준 소유권자 현황을 살펴보면 경리단길 110개 필지 중 35개가 법인 및 강남지역 거주 소유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14년에는 한 연예인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임차인과 분쟁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동네 주민끼리 살던 주거지역이 외부 자산가의 건물들로 변모하는 동안 이전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게 됐다. 동네가게들로 구성됐던 건물 1층 상점공간은 대형 수제맥주 전문점 등으로 바뀌었다. 거주민이 떠나면서 인구도 줄었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이태원동의 일반음식점수는 55개에서 145개로 상승했지만 주민등록인구는 약 480명 감소했다. 김상일 서울연구원은 "배후 거주인구인 외국인을 중심으로 상업화가 시작돼 에스닉 레스토랑이나 이국적인 펍(pub)등으로 상권이 확대됐지만 인구는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리단길 상권이 경사지를 타고 형성된만큼, 회나무로와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선형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